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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Apr 14. 2022

따끈따끈한 이탈리아 실시간 여행기

지금은 여행 중.

2022년 4월 9일 토요일.


05:30 AM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짐을 쌌다. 목요일, 금요일 계속 바쁜 일이 있어서 짐을 미리 쌀 수도 없었지만, 이젠 여행 짐을 싸는 건  일도 아니다.

3년 만에 다시 떠날 수 있게 된 부활절 방학(Easter Holiday)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지난 2년간 코로나 때문에 봄에는 늘 럭 다운이 됐었다. 여름엔 럭 다운이 해제되어 여행이 가능해서 그나마 유럽사는 혜택을 많이 보긴 했지만, 1년의 반을 여행하는 우리에겐 답답한 일이었다.


06:30 AM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블라인드를 전부 열었다. 비가 온다. 독일 온 이후 여행 떠나는 당일에 비가 오긴 처음인 거 같다. 자세히 보니 눈도 섞여 있는 거 같다.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밖을 내다보니 야외 테이블에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어? 오늘 베로나가 아닌 우디네 쪽으로 넘어간다고 했는데....’

재작년 여름 우디네를 거쳐서  베니스로 간 적이 있다. 뮌헨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알프스를 지나가야 하는데, 우디네로 넘어가는 길과 베로나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


우디네로 갈 때 경치가 정말 좋았다. 그렇지만 45개의 가파르게 꺾인 꼬부랑 고갯길을 넘어갔던 일이 생각났다. 영어로 hair pin road라고 하는데, u자로 심하게 굽어져 도는 길이 머리 실핀을 연상해서 지어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그땐 멋진 경치에 감탄을 하며 갔지만 오늘처럼 눈 오는 날에 거길 간다는 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경로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베로나 쪽보다 완만한 길이라서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해도 우디네 쪽으로 결정한 건데.... (https://brunch.co.kr/@jinseon/2)


남편이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물어보니 오늘은 고속도로로 갈 거라고 했다. ‘그래 보통은 경치 감상을 위해 국도로 다녔지만, 오늘 같은 날은 고속도로로 가는 게 맞지’


07;20AM

준비는 다 끝난 거 같다. 전기는 다 껐는지 확인하고 쓰레기통도 싹 다 비웠고 이번엔 여행 떠나기 1주일 전부터 장도 안 봐서 냉장고를 비우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고 빨래도 미리미리 끝내서 세탁기 돌리느라 여행 당일 새벽까지 잠 못 자고 기다리지도 않았다.


아침은 우리 동네 프렌치 카페에서 먹기로 했다. 이곳은 프랑스 부부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로 작지만 뮌헨 최고의 크로와상을 만든다. 물론 우리 단골집이다. 친절하게 맞아주는 부부, 여긴 동네 복덕방 같은 곳이다. 주말 아침에 빵 사러 오는 동네 사람들로 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통밀 크로와상과 카푸치노를 먹었다.


08;30AM

더 일찍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로즈만에 들러 몇 가지 물건을 사야 해서 문 열기를 기다렸던 거다. 물건을 산 후에 드디어 출발.

독일 공립학교도 오늘부터 방학이라고 했다. 보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독일은 각 주마다 방학도 다르고 공립학교와 국제학교도 방학기간이 다르다. 그런데 이번엔 같은 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독일 내에서만 붐비는 거 같았다. 뮌헨 근방에도 스키장이 있지만, 오스트리아로 스키 타러 가는 사람도 많다.


국경을 넘나들면서 하는 여행. 여전히 신기하고 감동이다. 한국은 비행기가 아니면 외국 여행이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싱가포르도 비행기가 아니면 여행이 쉽지 않아서 아이들 학교 일정표가 나오면 방학부터 체크하고 1년 치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고 비행기 표를 예약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비행기 표가 매진되거나 비싸져서 여행 가기가 쉽지 않았다.  


싱가포르도 차로 말레이시아를 넘어갔던 적이 있었다. 유럽이랑은 좀 다르다. 내려서 짐 들고 출국신고와 입국신고를 다 받아야 했다. 유라시안 열차가 개통되어서 한국에서 열차 타고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11: 00AM

오스트리아로 넘어올수록 눈이 많이 온다. 알프스가 가까워졌다는 게 느껴진다. 첩첩 산경이 알프스를 통과할 땐 터널도 많이 나온다. 7km 길이의 첫 터널을 통과하니 눈발이 더 강해졌다. 역시 겨울왕국 오스트리아 답다.


나의 첫 유럽 여행 때도 6월이었는데, 오스트리아 휴게소에선 눈발이 날렸던 적이 있다. 흐리고 안개가 낀 날은 구름에 가려진 산의 높이 때문에 깜짝 놀란다. 이번에 통과하는 길은 해발 1400m 정도밖에 안되지만, 어떤 곳은 2,000m를 오르내릴 때도 있다.

오스트리아는 통행세를 내야 하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구입이 되어서 그걸 사기 위해 휴게소를 들를 필요는 없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는 사람이 많을 듯하여 주유소의 화장실을 갔는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텅 빈 휴게소만 봤는데,  이런 모습이 이젠 낯설게 느껴진다.


50센트 화장실 사용료까지 내야 했다. 보통 독일은 70센트 사용료를 내면 50센트 영수증이 나온다. 그 영증은 휴게소에서 사용을 했을 경우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긴 50센트에 50센트 영수증이 나와서 커피를 마시면 화장실 사용이 공짜가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긴 50센트 영수증을 줘도 돈을 더 사용해야 50센트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은 화장실 사용이 무료는 아닌 거다.

내가 들어갈 땐 여자화장실 줄이 엄청 길었는데 나올 땐 아무도 없어서 신기했는데,  그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었다. 코로나로 한동안 정지되었던 버스 관광도 다시 재개했나 보다.


12:00 AM

이탈리아로 넘어가기 전에 주유를 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주유소를 찾았다. 오스트리아는 기름값이 싸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독일보다 더 비싸기도 하고 우리 차에 주유하는 고급 휘발유(Super 플러스)가 있는 주유소는 찾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차가 하이브리드라 전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작년 여름 베로나와 피렌체를 갔을 때 전기 충전소를 찾기도 힘들었다.


역시 뮌헨보다 30센트가 싼 1유로 90센트 정도였다. 요즘은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기름값도 많이 올랐다.


얼마 전엔 경유값이 고급휘발유 가격보다 더 비쌌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가격이 좀 내렸다.


기름값이 싼 나라가 있고 비싼 나라가 있어서 국경을 넘어서 주유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스위스는 모든 물가가 비싼데 스위스 거주자는 국경을 넘어서 쇼핑을 하거나 주유를 못하게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에 살 때 말레이시아 국경을 넘으려면 주유통의 기름이 2/3 이하일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상황가 같은가 보다.


몇 년 전 나혼자 한국갔을 때,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생긴 일이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을 가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가 포르투갈 기름값이 훨씬 비싸서 스페인으로 다시 와서 주유를 하고 포르투갈로 넘어가니 국경에 있는 직원이 웃었다고 했다.


1:00 PM

드디어 이탈리아로 왔다. 이탈리아에 오면 햇볕이 우린 반겨줄 거란 기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비가 강하게 왔다. 매년 이탈리아 여행을 왔지만 이렇게 비가 온 적은 처음인 거 같다. 기온도 낮았다. 작년 10월의 더블린 여행에서도, 올해 2월 포르투갈 여행도 그렇고 요즘 계속 옷을 잘못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나름 따뜻한 옷으로 준비를 했는데, 여전히 부족하다.


요즘 유럽 날씨가 이상하기도 하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파사노(Fasano). 거기서 1주일정도 머물면서 마테라(Matera), 알베로벨로(Alberobello) 근처 유명한 도시들을 둘러볼 예정이다.


오늘은 파도바에서 하룻밤 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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