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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Apr 15. 2022

뜨거운 태양을 기대하며 알프스를 넘어왔건만..

이탈리아, 파도바 가는 길.(2022년 4월 9일 토요일)

뜨거운 태양을 기대하며 달려왔다. 알프스의 긴 터널들을 통과할 때마다 눈은 비로 바뀔 뿐 이탈리아도 춥다.


돌풍까지 불어 차가 휘청거릴 정도이다. 이번 겨울에 한국 갔다가 뮌헨 도착한 날도 강풍이었다. 무제한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 구역에서 차가 바람에 휘청거리니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었다. 2월 스키 방학 때 포르투갈 갔을 때도 돌풍이 불었었다. 바람을 가로질러 가는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자연 앞에서 참으로 작아지는 인간이다.


독일 사람들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오는 건 따뜻한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날씨가 안 받쳐 줄듯 하다.


1주일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우리는 맑은 날씨를 계속 피해 다니는 듯하다. 온도는 20도 아래고 비도 올 듯하다. 제발 날씨가 변하거나 일기예보가 안 맞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갑자기 경찰차가 우리 옆을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까 그 스위스 차 잡으로 가나보다’ 하는 남편의 짐작대로 스위스 차가 잡혔다.


나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하고 멋진 풍경에 사진 찍느라 스위스 차가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스위스 차들은 늘 산악지대를 다녀서인지 난폭 운전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신기한 건 경찰이 그 스위스 차를 세우지 않고 뒤를 따라오게 했다는 거다. 뭐지?  경찰차가 움직이는 대로 얌전히 따라가는 스위스 차가 우습기도 했다.


따라오라고 수신호를 보냈을까? 어떻게 한 걸까?  이런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러더니 경찰차가  휴게소로 들어갔고 스위스 차도  따라 들어갔다. 뭐지? 진짜 경찰 맞는 건가?


그다음 휴게소에서 우리도 쉬기로 했다.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가 이제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실내에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의무화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착용할 생각이었기에 사람들이 조심하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샌드위치 메이커로 눌러서 따뜻해진 이탈리아식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가 추운 날씨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라 해도 에스프레소 가격은 1유로 30센트. 여전히 저렴했다. 이탈리아에 오면 이탈리아식으로 에스프레소는 서서 단숨에 마셨다  난 카페인에 약한 편인데, 희한하게 이탈리아에서 마실 땐 괜찮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2:00 PM

운전하는 남편이 음성으로 네비에게 지시를 내린다. 참 편해졌다. 그런데 나는 저 기능을 과연 사용할 수 있을까?


오래 전의 일이다. 거의 10년도 더 됐을 듯하다. 싱가포르에서 운전했던 렉서스에 음성인식 기능이 있었다.


핸들에 있는 인공지능 버튼을 누르면 어디로 전화를 걸겠냐는 음성이 나왔고, 홈(Home)이라고 말하면 전화를 걸겠냐고 물어봤던 듯하다. 다이얼(Dial)이라고 하면 전화가 걸린다.  지금처럼 긴 문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간단한 단어 하나만 말하면 됐었다.


1년 넘게 잘 사용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다이얼(dial)이라고 하면 ‘Parden(뭐라고요)?’이라고 묻는 게 아닌가! 다시 한번 더 다이얼 했더니 또 ‘Parden? ‘ 세 번 정도 묻고는 취소하겠다는 안내방송을 한다. 한마디로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거다.


긴 문장도 아니고 ‘dial’  딱 한 단어인데 못 알아듣겠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지. 그것도 처음부터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1년 가까이 잘 알아듣다가 갑자기 뭔 말하는지 못 알아듣겠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가?


다! 이얼, 다~~~ 이얼, 다이어~~~~~ㄹ, 혼자 별별 방법으로 발음을 바꿔봐도 계속 못 알아듣겠다 취소해 버렸다.


이제 막 말 배우기 시작한 우리 딸은 재밌다고 깔깔거리다가 답답한지 자기가 다이얼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가끔씩은 딸 발음은 알아들어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줄 때도 있었다.


햐~~~~~이게 외국사는 서러움인 건가? 영어 못한다고 기계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음성인식 앞에서 작아지는 나. 긴장하니 이젠 뭐가 제대로 된 발음 인지도 모르겠다.


다이얼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잡다니!!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옆자리에 타시고는 문제점을 발견해 주셨다. dial의 L을 빨리 붙이라는 거였다.


요즘 기계는 폰도 그렇고 거의 대화하듯 이것저것 지시 내리고 주문을 하는 거 같다. 나는  예전 다이얼 해프닝이 생각나서  사용 못할 거 같다. 이러면서 시대에 밀려나는 건가? 이 기회에 영어를 발음부터 다시 한번 잡아봐? 한국어로 변경이 되는지부터 알아봐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4시간 만에 내가 지금 영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식구들이 웃는다.


예전엔 지역이 바뀔 때마다 나라가 바뀔 때마다 그 지역의 괜찮은 라디오 방송 주파수를 찾았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영국 방송을 독일에서도 들을 수 있고 이탈리아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탈리아로 넘어오면서 750m, 10m 낮아지더니 우디네 근방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완전 평지이다.


우디네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참 이쁘다. 도로도 이탈리아답지 않게 아주 잘 닦여 있다. 이탈리아를 올 때마다 톨게이트비는 걷어서 어디에 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돌로미테를 통과하는 길은 도로 옆의 녹슨 분리대는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왔다는 이정표 같은 거였다. 여긴 도로도 풍경도 전혀 이탈리아 같지 않았다.


경치 감상하는 동안 우디네를 거쳐 파도바에 도착했다.


톨게이트에서 티켓을 넣었는데 기계에 문제가 있는지 기계가 티켓을 자꾸 뱉어낸다. 직원을 호출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본다. 티켓에 적힌 장소를 말하라고 한다.


직원의 영어도 서툴렀고 남편의 이탈리아어는 직원의 영어 실력보다 낮았다. 거기에 돌풍까지 불어서 소리가 더 안 들렸을 수도 있다. 몇 번을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고 우리는 적혀있는 대로 읽었다.


몇 번을 ‘우디네 타르비시오(Udine-Tarvisio)를 반복하고 나서야 기계에서 3유로를 내라고 뜬다. 3유로는 턱없이 적은 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이 잘못 들은 건지 아니면 진짜 3유로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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