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한 동생을 만나러 가는 날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인 스칼렛을 사랑했다
돌아보면 순전히 엄마의 영향이 컸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음악을 사랑하는 것도
피아노를 칠줄 알게 된것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기쁨을 느끼는 것도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더라
그게 다 엄마의 영향 때문이었다는것을.
요즘 마음이 텅 것 같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멋져 보였던건 그 어떤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내일의 태양읗 꿈꾸던 그 밝은 모습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가 더 멋졌던건. 영화 상에서의 그녀의 외모도 한몫 했을꺼다. 내일의 태양을 꿈꾸는데 추레하고 뭔가 늙어보이고 옷도 지저분했다면
아마도 "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 했을 수 도 .
그때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으니 3시간 넘는 분량의 영화를 본 나도 참 웃기고 너무 어린나이에 그런 영화를 봐 버려서 영화로 세상을 배우며 일찍 철이 든것도 웃기고.
쫓기듯 이사를 했을 당시 신랑이 너무 바빴다.
8월말에 전세로 세입자를 받았는데 10월 중순 이사날짜를 고정했더란다. 그 날짜 이사여야만 전세로 들어오겠다고.
상황은 막다른 골목이었고 더이상 물러날 공간이 없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처음 접해보는 공포아닌 공포였다.
코로나 시절 감행한 투자로인한 은행 대출 원금 + 이자가 너무 컸다.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 무섭도록 빠져 나갔고 도무지 월급 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다.
자산의 재분배가 필요한 시점에서 우리의 플랜 B.
플랜 A 대로 매매가 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전세 세입자를 구한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으니.
그렇게 이사 날짜를 받아놓고 집을 구하려니 너무 막막했다. 새 집으로 내 집마련에 성공에 이사온지 7년, 그곳에서 두 아이를 만났다. 코로나로 모든 세상이 일시 정전이던 그때 정말 열심히 부동산 공부를 했고 우리는 모든 씨드를 쏟아 부었다. 돈이 마르니 이후 부동산에 관해 관심을 접은 상태였다.
나보다 더 부동산에 뛰어난 신랑은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6시면 나갔다가 밤 늦게 돌아왔다. 피곤에 절여진 그는 샤워를 하고 아이들과 조금 놀아준뒤 베개에 코를 박고 잠이 들기 일쑤였다.
내가 참 좋아하고 동경하는 여성상. 스칼렛 오하라.
그녀라면 어땠을까.
한 가정의 가장같은 마음이 발동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 미친듯이 네이버 부동산을 서치했다. 단 시간에 이사 갈 집을 구한다는게 이게 진짜 말이 되는건가 싶었다. 보이는대로 괜찮은 매물들을 검색하고 하트를 눌러 저장하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등원을 시키고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그 누구도 나를 구원해 줄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던것 같다. 내가 당장 행동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당장 거리에 나아 앉을것만 같은 공포와 두려움은 경험해 본 자만이 알것 같다. 늘 시간이 없어 절절매는 자기 몸 하나도 감당 못하는 신랑 에게도 의지 할 수 없는내 인생 최대 빅 이벤트...
간절한 마음이 하나님께 닿았던 것일까. 집을 구한지 2주만에 정말 딱 떨어지는 곳을 만나게 되었다. 아이들 유치원,어린이집이 걸려 있어서 내 후년 2월까지는 이 동네에 머무르고 싶었는데 생각했던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전적인 조건도 알 맞는 곳으로 잘 인도되었다 생각한다.
그렇게 집을 구하던 당시 또 하나의 상상초월 초유의 빅 이벤트를 맞땋드리게 되었다.
바로, 두살 터울 남동생의 암 판정.
무릎이 아팠던 동생, 그래서 걷는게 갈 수록 힘들어졌는데 무릎에서 종양이 발견이 되었고 조직 검사 결과 암이라는 너무 슬픈 이야기
--- 9월에 발견, 10월에 판정받고 10월 수술..
정말 그 때의 당혹스러움은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다. 현실남매로 틱틱대고 평소 연락도 잘 안하는 남매사이라지만 내 마음 저 깊은 속에는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단 하나뿐인 남동생 아니던가.
그 소식을 듣고 울음이 터져서 그 당시 전화를 하던 상대와 급하게 통화를 마무리 했던게 기억이 난다.
내 평생 그렇게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었을까?
집을 구할때도 그랬지만 제발 전이 된 곳이 없게 해달라고 살려달라고 기도했었다.
편할때는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기도도 잘 나왔는데.
이상하리만치 말문이 탁 막힌것만 같았다.
단 두 마디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이사를 잘 했고 동생의 수술도 무사히 잘 끝이 났다.
내 인생의 다신 없을 두 번의 빅 이벤트는 잘 마무리 된양상으로 보여지기는 한다.
그러나 이삿짐 정리는 끝이없고
동생은 한달 후에 항암에 들어간단다.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곳이 어디인지 열심히 검색도 하고 그런 곳에 가보기도하고
연말 모임을 어떻게 가지면 좋을까 생각해보고 약속도잡고 그랬는데 지금은 마음이 텅 비어서 아무런 욕망이 발동하지 않는다.
심지어 기도도 나오질 않아.
왜 굳이 왜 (동생에게) 이런 상황을 허락하셔야 했던건지. 하나님께 삐친 마음이 (감히 인간인 나따위가)
이런 우울감을 내보이지 않으려고 자꾸만 안으로 숨게 되는것같다.
내가 챙겨야할 것들
내 가족 (이건 내 책임이니까)
신랑과 두 아이들 이외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스칼렛 오하라를 참 좋아했던 13살 소녀는 40대가 되어 너무 꼰대가 되어 버렸다.
스칼렛이 힘든 상황에서도 그렇게 예쁠 수 있었던건
그게 영화이기 때문이고 예쁜 배우를 캐스팅했기 때무이라는거.
현실은 그보다 더 잔인하고
차갑고
심지어 슬프기까지 하다는거.
내 마음을 깊이 공감해주고 알아줄 사람이 없고
그건 신의 영역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의 흐림과 상관없이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동생을 만나러 간다.
수술 후 첫 면회.
울음만 터지지 않기를
조잘조잘 떠들며
전이되지 않은 너는
죽음의 강에서 살아돌아아온 미라클이라고
그저 지금 숨 쉬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존재라고.
오늘 숨 쉬었으니 내일도 숨 쉬어보자고.
#암환자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