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트루 Jul 31. 2019

그렇게 엄마가 되다?

아가야, 엄마도 처음이라 그래


1. 유쾌한 육아의 시작


산후조리원 2주 그리고 산후도우미 3주가 끝나고 신랑의 여름휴가와 친정엄마 찬스의 1주가 끝이 나고 온전히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시작됐다. 다행히 자상한 신랑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유쾌한 육아>를 지향하고 있지만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아기와 둘이 지내는 오늘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아기가 잠든 시간이야말로 유일한 나의 꿀 같은 자유시간이라 후다닥 노트북을 펴고 브런치를 열었다. 분명 깊이 잠이 든 줄 알았는데 백~ 하고 울어 대면 다시 아기침대로 달려고 아기를 안아 올리고 달래고 어르고... 그러길 몇 번을 반복. 이번에는 아기가 딱 한 시간만 더 잤으면 싶은 바람으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나의 삶에 대 변혁이 시작됐다. 나의 일상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까지 이타적인 사람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조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좀 더 조이를 잘 돌보기 위한 나의 고군분투라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맛집과 새로운 카페를 방문하고 지인들을 많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보다 예배드리고 찬양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였는데... 아기가 내 일상에 들어오면서는 모든 것을 접고 오로지 아기를 알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2. 생각지도 못한 제왕절개 출산

20시간 넘는 진통 끝에 결국 제왕절개로 아기를 만나서 그런가 진통이 억울하기보다 그러한 아픔을 이기고 (다시는 진통을 겪고 싶지는 않지만ㅜ) 아기를 만났다는 행복감이 더욱 컸다. 세상 빛을 본지 이틀 만에 염증 수치가 높아 대학병원 인큐베이터에 보내면서는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슬픔.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안아줄 수 없는 엄마라는 게 너무 미안해서 그저 조용히 기도만 올려드렸더란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아기, 태어난 지 삼일째 된 날부터 2박 3일 동안 순천향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수술 한지 며칠 되지 않아 거동이 불편했지만 인큐베이터에 홀로 있을 아기가 보고 싶어 40분 거리의 대학병원으로 외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아기는 며칠 사이에 염증 수치가 좋아졌고 2박 3일 입원 끝에 아기를 데리고 퇴원하는 길이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그 이후 별문제 없이 우리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는 아기는 모유만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신생아 때가 그리울 정도로 아기는 65일 차 6kg가 넘는 건강한 컨디션을 자랑한다.


엄마가 된다는 것. 물론 누구에게나 처음이겠지... 청년 시절, 밤을 꼴딱 새우며 일에 매진했었던 나는 아기와 함께하면 잠이 부족할 거라는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깟 잠쯤이 뭐가 대수라고 3시간마다 깨는 아기를 먹이고 돌볼 자신이 있노라고 말이다. 그러나 조리원에서 돌아온 첫날부터 그 자신감은 무참히 깨지고야 말았다. 먹고 싸고 놀고 자는 패턴을 무한 반복 중인 아기와 처음 오로지 마주한 우리 부부는 감기가 든다며 속싸개로 아기를 꽁꽁 싸매 놨었더란다. 분명 조리원에서 집으로 올 때는 깨끗했는데 그렇게 딱 이틀을 지나니 얼굴에 오돌토돌 벌겋게 태열이 올라왔다.


                                         

그래 아가야. 엄마도 아빠도 처음이라 그래.

                                   


3. 처음이라 미안해

뾰루지가 하나만 올라와도 간지럽고 신경이 쓰이는데 온 얼굴을 덮은 여드름 같은 돌기들에 얼마나 아기가 간지러울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주말을 보내고 첫 출근을 한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아기를 너무 덥게 싸놨다며 이러니 태열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며 조치를 취해 주셨다. 속싸개를 벗기고 최대한 시원하게 티셔츠와 단출한 기저귀 차림으로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아기의 옷들을 하나하나 살피시며 더위에 입을 만한 얇은 소재의 옷들만 분류해 주셨다. 다양한 많은 아기들을 돌본 베테랑 이모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더 많은 날들을 아기를 속싸개로 묶어? 놨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작고 오동통한 너의 발이 난 좋더라 :)

아기와 함께 할수록 드는 생각은..

한 생명을 돌본 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는 것이다. 가끔 내 품에 안겨 잠들 기전 아기가 환히 미소 지을 때가 있다. 그리고 잠들기 전까지 오래도록 내 눈을 끝도 없이 응시한다. 눈을 한번 깜박이라고 내가 말을 걸 정도로 빤히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다가 무거운 눈꺼풀을 못 이기고 스르륵 잠이 들곤 한다. 그러면 세상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감동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든다. 아기를 꼭 안아주고 하루에도 몇십 번씩 사랑한다 속삭인다. 그리고 너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너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이며 그를 경외하는 삶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값진 삶이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하나님의 아들 조이야.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


더불어 부모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이 더욱 미어지게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얼마나 내가 수많은

사랑과 돌봄 가운데 기적을 경험하며 살아왔는지.. 아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나 또한 우리 집 첫째로 태어나  부모님이 얼마나 애지중지 나를 기쁨으로 키웠을지 조이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알 것 같다. 내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의 0세부터 3세까지의 나날들.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 가운데 행복으로 자랐겠지. 그에 대한 반증으로 아기 때 사진을 보면 어쩜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지..

사랑하는 우리 엄마.. 관절염에 여러 질병들을 달고 살면서도 늘 긍정적으로 바지런히 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무얼 해도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랑하는 나의 아빠, 그 두 분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게 정직하게 삶을 살아가야 함과 동시에 믿음을 유산으로 물려주신 그런 멋진 부모님이 있음에 깊이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듯 나도  내가 받은 사랑들을 조이에게 부어주고 싶다. 조이가 우리의 사랑에 흠뻑 젖어서 하루하루가 행복감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부모로서는 왕초보, 알아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아 매사가 쉽지 않지만 하루하루 자라 가는 조이가 씩~ 하고 웃어주면 그 모든 피로가 한 번에 날아간다. 늘 들어왔던 이야기들인데 조이를 낳고 이제야 공감이 간다.  좌충우돌 전전긍긍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조이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시간들은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기에..



2개월에 접어든  조이를 소개합니다 :)


커리어우먼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하던 모든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육아 세계에 올인하고 있는 요즘이라 솔직히 일주일에도 몇 번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기왕 하는 거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서 나쁠 건 없으니...^^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