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가운데는 불꽃의 중심부로,

온도가 가장 높고 밝게 빛나는 부분을 의미합니다.

by true

제발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누가 제발 나를 좀 조금만 도와주세요

많이를 바라지도 않을게요

아주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곱절로 갚을게요

지금의 고비만 지나면 정말 잊지 않고 평생 고마워할게요

누가 내 손을 좀 잡아주세요


나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을 뿌리쳤는가

나는 살아야 했다

나는 항상 물에 뛰어들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물에 빠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수영을 못하는구나

겁도 없이 뛰어들면 나까지 빠지는구나


그래서 이후에는 힘들게 거절을 했다


사람들은 내게 그래도 최선을 다했지 않느냐고 위로를 건네준다

죽은 너에게는 그리 야박하기만 하던 위로와 공감을 살아있는 내게 이리 후하게 내준다

모순이다


그래봤자 나는 손을 놓은 사람이다

손을 놓으면 급류에 떠내려갈 거 다 알았으면서 저 혼자 살겠다고 손 놓은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절을 하고 나면 마음이 항상 좋지 않다

죄인이 되고야 만다

부탁을 들을 때면 그 사람의 내면의 소리가 같이 들린다

그래서 차마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망가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렵사리 거절을 한다

‘나까지 바닥으로 떨어질 순 없잖아’라고

등신같이 이미 바닥이었는 줄도 모르고. 주제에


나는 나를 지키려 거절을 한 거였는데

당신이 그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어


나는 거절한 나를 평생 증오할 거야

그 간절한 손을 뿌리친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나는 나의 실체를 알기 때문에

이제 와서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지도 않을 거고,

다른 이들에게도 여전히 거절을 하고 살 거야

그래야 공평하잖아

다른 이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너의 부탁을 거절한 걸 이제 와서 대신 갚는다고 합리화하기도 싫어


나는 끝까지 가증스러운 착한 척하는 죄인으로 살아갈 거야


사람들은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나쁜 사람이 되게끔 만드는 상황을 어려워한다

자꾸만 부탁을 하는 간곡한 너를 이내 미워한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너를 미워한다

‘너를 왜 나에게 구걸하니, 세상은 나도 너무나 힘들단 말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성냥팔이 소녀는 어떤 눈빛을 바라보다가 불을 붙였을까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었던 건 나를 좀 안아줄, 안아주었던 그 품이 참 그리웠던 것이겠지


세상에는 순수하고 순진한 소녀가 아니라 새빨간 망토를 뒤집어쓴 늑대만 있으니


이 세상이 너무나도 진절머리가 나서

너무나도 지겨워서

그래서 마지막 남은 성냥불을 켰구나


차라리 아주 뜨거운 불이나 질러버리지

혼자 다 짊어지고 떠났구나


소원 따위는 바랄 게 있는 사람이나 비는 거잖아

희망 같은 거, 소망 같은 거, 의미 같은 거


너는 아무 소원도 빌지 않았구나


그저 꺼져가는 성냥 불만 바라보았구나


꺼져가는 불꽃과 함께 눈을 감고 맞이했구나


그래 너 없이 세상은 참 잘 돌아가

당연한 거잖아

눈더미에 덮인 너를 보며 모두가 몰랐다는 듯이 가여워해

그러곤 후회해

어쩔 수 없었다고 정당화해

그리고 너를 그리워하더니 비석을 세워 추켜세워줘


아 너는 얼마나 지겨웠을까

마침내 너는 웃고 있니

불꽃처럼 화끈한 사람아, 그곳은 춥지 않니

너무 뜨겁지는 않았니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너는 어쩜!”

하며 나를 힘껏 비웃어줘

나는 그럼 또 가증스럽고 비겁한 그럴 수밖에 없던 나의 근사한 이유를 갖다 댈게


오늘은 바람이 꽤 부는 햇빛은 따사로운 날이었어

많이 웃었어 정말 많이 웃고 옷도 예쁜 옷만 입어

너만 알고 있어

우습지만 내 하루는 이제 아무리 크게 타오르더라도

결국은 다 타고 남은 잿더미 같아

나는 지금 너무 밝은데 어두워

마치 불씨의 중앙에 있는 것 같아

이것 참 뭐랄까 비밀놀이 같아서 흥미로워


너의 하루는 어땠니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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