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못하는 너는
학교 다닐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분명히 사람이라는 존재가
완전히 나쁘지도 완전히 착하지도 못할 겁니다
누가 100% 악인 선인 이겠습니까
100% 가해자 피해자는 그런 구분선은 영화에서나
혹은 증거수집에 철저한 똑쟁이들에게나 있는 법
나 역시 그렇겠지요
상처를 주거나 받지는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저는 학교생활의 기억이 많아요
잊어버린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요
잊힌 사람들, 기억이 있다는 게 부러워요
그게 노화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거라면 저는 무덤에 있고 싶을 정도로 잊고 싶어요
영화에나 나올법하게 괴롭지도 않았지만
나의 마음은 왜 이리 상처가 가득할까요
나의 기억은 왜 이리 트라우마가 가득할까요
당신은 나를 기억도 못하시네요
나는 당신을 보자마자 그 기억들이 떠올랐는데 말이죠
부럽습니다
야속합니다
불공평하다고도 생각되지만 당신도 어렸을 터
내가 누군지도 얼굴 마주하고도 기억도 못하는 당신
직장에서 만나 기억을 못 해 존대를 하는 건지
기억이 안나는 척인 건지
부끄러운 줄을 알면 어렸어도 그러지를 말던지
새삼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제가 네게 무슨 한풀이를 하겠나요
그게 의미나 있을까요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입니다
이래서 자꾸 타 지역으로 옮겼었나 봅니다
이렇게 보면 저도 잊는 사람이기는 하네요
그래 나도 변했는데 너도 과거의 너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겠지
다른 사람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항상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