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지금처럼만

그대로 멈춰라

by true

나는 한 때 나의 모든 오감이 없었으면 했을 때가 있었다


모든 감각이 다 자극으로 느껴져서 지쳤으니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싫었다


그 모든 자극원을 없앨 수 없으니 내가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었다

남을 바꾸는 것보다는 나를 바꾸는 것이 빠르니까


사람에게 너무 상처를 받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 내가 문제였구나

하면서 아예 마음의 문을 닫기도 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뭐가 그리 극단적이었는지


내가 화내는 지점에 나의 결핍이 있다고 한다


내려놓으면 편한가


다 내려놓은 사람은 편안해 보인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면 편할까


누구는 또 아무 기대 없는 삶은 희망이 없다고도 한다


불안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고도 한다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나아가고 적당히 행복함이라는 게 평범함이라면

평범은 너무나 어렵다


지극히 우울하거나

딱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 싶었던 나날들은 너무나 희박해서 소중해

아득해지다가 이내 흐릿해지네


무소유의 삶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어야 더 행복한 것 같다

(부를 갖고 있었는데)

(사랑을 받았었는데)

(나보단 쟤가, 쟤보단 내가)

이런 과거들이 무소유를 추구한다기보단 마지못해 포기하고 마는 그런 순간이 오면 너무나 초라하다


나도 정말 평범하게 평범만 하면 좋겠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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