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하나만 하고 살아야 할까.

by 김지훈

"선생님.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요?"

"음.. 하나만 하고 살아도 되는데, 둘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네 삶의 질이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실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누구나 하고 산다. 내가 하는 일이 잘해서 하는 것인지, 좋아서 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인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경계 안에 서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아 욕심을 내서 교육사업가, 강사, 작가로 살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을 하며 산다. 오늘 역시도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어떤 강의를 하면 좋을지, 교육 사업의 방향은 어디로 잡으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들은 아이디어에 머물러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도 있고, 실행을 할 수 있을까 겁나는 것도 있으며, 너무 다행스럽게도 이미 실행을 해서 내 인생의 영역에 들어온 것들도 있다.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퇴근 후의 삶과 주말의 시간이 있어도 직장 생활에서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나 더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직장 생활에서 욕먹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똑같이 욕을 먹고 있는 친구를 불러 '누가 누가 욕을 더 잘 먹고 있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며 소주잔을 기울이고는 했다. 그리고 '아 역시 우리는 의리가 넘쳐서 욕조차도 똑같이 많이 먹고 있구나' 하고 웃으며 밤을 지새웠다. 욕으로 소비되는 인생이다 보니 쓸데없이 쌓이는 술값만 늘어났다. 누가 욕 치료제로 처음처럼을 만들었나 보다. 그래서 매번 처음처럼을 마시고 직장생활에 다시 임한다는 마음으로 달려들었다. 그렇게 2년을 지내다 보니, 내가 쓰는 말과 행동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술을 마시며 내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는 것은 나에게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다.

나는'인생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라는 선배들의 말을 들으면 너무 재미없다고 느끼곤 했다. 그래서 내가 집과 직장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딱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만큼의 지식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게 무서웠다. 훗날 누군가 인생에 대해 물으면 '인생 다 거기서 거기야, 집에서 몇 걸음 옮기면 직장이고 직장에서 나오면 집이야'라고 얘기할 것 만 같았다. 물론 그런 삶도 엄청 치열하고 안정적인 삶이지만, 나는 내 삶에 또 다른 재미를 넣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서모임이다. 불금에 뭐할지 고민하다 똑같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며 똑같은 얘기를 하기보다는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술을 마시기는 했다. 하지만 똑같은 책을 읽고 두 시간 토론을 하고, 사람들과 다시 책과 인생 얘기를 하며 마시는 술이 더 달았다. 불금에 독서토론 후 마시는 술이 그냥 마시는 술보다 3배는 더 달았다. 그렇게 금요일에 하는 독서모임을 4년 동안 운영했다. 장거리 출장을 가든, 일이 겹겹이 쌓이든 잠을 줄여가면서라도 책을 읽고 모임을 관리했다. 모임은 점검 커져 온오프라인으로 8,000명의 사람이 몰릴 정도로 좋은 모임이 됐고 책을 읽는 문화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물론 지금은 하는 일이 많아져서 집과 가까운 곳에서 그 시절보다는 규모가 작은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때 일을 하며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주에 읽으려고 붙잡았던 책의 문장에서 내 삶을 위로받기도 했다. 그리고, 금요일마다 독서모임을 오기 위해 기대에 찬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내가 하는 일을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주었다. 한 번은 <꾸뻬 씨의 행복여행>을 쓴 프랑수아 를로르 작가님의 특강을 들으러 간 적이 있다. 작가님이 했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든, 잘하는 일을 하든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에 의한 것이든 어떤 물리적인 환경에 의한 것이든 삶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잘하는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꼭 좋은 취미 하나를 가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내가 해석한 바로는 일과 취미가 함께 공존할 때 서로를 보완해준다는 말이었다. 나는 일이 힘들 때 책모임에서 힘을 얻었고, 책모임이 힘에 부칠 때는 내가 하는 일에서 긍정적인 영감을 얻었다. 이 둘이 함께 있으니 한쪽이 무너져도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하며 책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일찍 사회생활을 하며 얻었던 경험과 책에서 얻은 지혜를 좀 더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 그 대상이 청소년이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며 강사로서의 꿈도 꾸준히 꾸다가, 우연한 계기로 청소년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때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휴가를 쓰고 청소년 강의를 했다. 청소년들을 만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휴가 때 일을 하긴 했지만 직장에 돌아와서 일이 더 잘 되었다. 무엇보다 '사는 게 우울했는데 선생님을 만나서 꿈이 생기거나 기분이 좋다'라는 평을 받으면 내가 좀 더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은 개인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의 비중을 높였고, 지금은 강사라는 타이틀에 자신 있는 강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직장인에서 다음에는 직장인이면서 독서모임 운영장, 그리고 강사, 그다음은 작가, 팟캐스트 MC, 개인사업가까지 나는 조금씩 내가 하는 일들을 확장하고 있다. 다소 버거운 순간도 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무엇 하나 놓고 싶을 때도 있다. 실제로 삶을 걷다가 어느 한쪽의 비중이 높아지면 전략적으로 다른 한쪽을 놓거나 비중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때 가급적 다 해보려고 한다. 직접 부딪혀 보고 해내다 보면 실제로 많은 걸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있는 다양한 경험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 더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많아질수록 내가 느끼는 삶의 질과 풍족함도 함께 올라간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둘 중 무엇을 할지 고민이라면, 차근차근 일을 해나가며 본인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걸 추천한다. 그래야 삶이 조금이라도 더 재밌고, 나중에 삶의 끝에서 인생에 남는 아쉬움이 덜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