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이 틀릴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길도 많이 서보는 게 좋다.

by 김지훈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실수를 덜 하게 되고,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1년 차 때 할 수 있는 실수란 실수는 모조리 했더니, 그 뒤부터 실수를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수를 할 때 쪽팔려하지 말고 잘 버티면, 실수 알람이 뇌 속에 박혀서 실수할 수 있는 순간마다 나를 구해준다. 예를 들어, 교육 제안서를 보내기 전에 5~6번 정도 검토를 하는 행동과 고객사와 미팅을 하러 밖을 나가기 전에 빠진 것 없는지 서류를 더 검토하는 행위 등은 수많은 실수로 다져진 좋은 습관이다. 중요한 미팅이나 약속 자리에 한 시간 미리 가는 것도 실수를 통해 매워진 행동이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일찍 가서 주변 환경을 둘러보는 것은 갑작스러운 사태를 대비하기에도 좋다. 나의 경우 약속 장소에 미리 가서 한 바퀴를 빙 둘러보는 행동 때문에 조용하게 얘기하기 좋은 장소나, 상대방의 기호에 맞출 수 있는 식당, 밥을 먹은 후 카페에 가기 편한 동선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습관이 갑작스럽게 점심 약속이 잡혔을 때 식사 장소를 미리 제안하거나 밥을 먹고 난 후의 동선에 대해 알고 움직이는데 도움을 준다. 즉 상대방에게 편안하고 안정된 상황을 만들어준다.


이처럼 경험은 실수를 덜 하게 만들고, 상황을 더 좋게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이 상황을 좋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또 다른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고객사 특성에 맞는 연간 교육계획과 레벨별 교육 운영에 관한 컨설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런 제안이 올 때는 회사 내부 상황, 교육의 필요성, 교육시간, 교육예산 등이 대략적으로 표기가 되는 것이 맞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안은 그런 정보가 없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통해 확인을 해도 추상적인 답변이 왔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 PT를 통해 최종 교육업체가 선정되는데, 기본적인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었다. 규모가 큰 교육이었기 때문에 최소 한 달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함께 하는 강사님과 회의를 통해 결국은 제안 PT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최종 관문에서 떨어지더라도 '우리 회사만의 강점은 제대로 보여주고 오자'는 마음이 통했고 한 달간 제안서 작업에 충실하게 임했다. 사실 제안서를 쓰는 하루하루마다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이게 잘하는 행동인지, 이렇게 보내는 한 달이 결과 없이 통째로 날아가면 어쩌지'리는 불안한 마음도 컸다. 그럴 때마다 집 앞에 공원을 걸으며, '그래, 내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길도 길인 것이지. 그냥 걸어보자'라며 웃어넘겼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최종 PT를 잘 끝냈고, 놀랍게도 일부 연간 교육을 수주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담당자도 연간 교육으로 진행되는 것은 처음 기획해봤기 때문에 교육업체에 어디까지 정보를 알려줘야 되는 것인지 몰랐던 것이다. 당시에 실제로는 담당자가 친절하게 했던 것인데,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경험이 담당자의 친절함을 잘 보지 못했던 것이다. 교육이 막상 진행되니 담당자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태도도 있었고, 맞는 말일지라도 교육업체 측이 불편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기분이 상하지 않게 부드럽게 말씀을 해주셨다. 이분에게 되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존재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사람은 정말 오랫동안 보고 경험해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점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이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내가 서보지 않던 길에도 서보게 되고, 나를 믿고 함께 일하는 강사님의 충고나 조언도 더 귀를 열고 따르게 되었다. 즉, 내가 경험을 통해 성공한 방식을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 교육 영업을 할 때도 순간순간 느껴지는 담당자의 태도에 대해서 크게 판단하지 않고 더 길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좋은 것을 더 발견하고, 더 좋게 보려는 마음이 드니 일을 할 때도 마음이 편했다. '영업을 할 때 자주 거절을 당하더라도 거절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라며 나를 좀 더 돌아보고, 그 상황조차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이 조금씩 생겼다. 내가 아직 모르는 게 많고 배울 게 너무 많다는 그 자체가 오늘 하루를 더 겸손하게 살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내 경험을 믿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내 경험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주변에 좋은 경험을 가진 사람을 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며, 내가 예측하지 않은 다양한 상황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서보지 않는 그 다양한 일상을, 나는 오늘도 즐기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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