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난 후
여행을 왜 하는 것인가? 이 것이 내가 이 책에 흥미를 갖고 몇 장 읽지도 않았음에도 제목과 작가의 힘에 이끌려 프라하로 떠나는 인천공항에서 구매를 결정한 책이다. 물론 실물 책이 아닌 e-book을 통해 구매했고 실제 다 읽은 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한국에서 읽은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3주간의 여행을 떠나기 앞서 이제는 여행의 이유를 찾고 싶었다. 9년 전 전역 후에 떠났던 3주간의 유럽 배낭에서 여행의 이유는 군대 시절을 끝낸 보상 심리이기도 하며, 다들 떠나는 유럽 여행에 나도 발을 담그고 싶은 기대 심리도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더 넓고 큰 세상을 보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다녔었던 건 비밀이다. 그렇지만 표면적인 이유와 같이 실제로 많은 것을 느꼈다.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사고방식, 생활양식, 문화 등은 23년간 자고 나란 한국의 것과는 같은 점도 있었지만 많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보고 듣고 겪으며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 다르구나 라는 것을 어렴풋이 배웠다. 그 후로 이어진 미국, 호주 2번의 해외 생활을 통해 느끼고 배웠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나도 그들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면 전보다는 글로벌한 감각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현재 직장의 취업으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덕분에 취업 후에도 많은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취업 후의 여행은 정말 떠나고 싶어서 간 여행, 목적지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남는 시간을 집에서, 한국에서 있으면 뭔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골라 간 느낌이 크다. 직장이 직장인지라 항공권을 쓰지 않으면 적은 연봉에 복리 후생을 날리는 느낌이었기 때문에도 기를 쓰고 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17년 이후 내 가슴속에 남는 여행은 많지 않다. 오히려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건 13년도에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미화된 추억들이지만, 더 생생한 기억으로 존재하는 17년도 이후의 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을 떠올렸을 때 아직도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17년도 이후의 일련의 여행은 진실된 여행의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하고 와도 남는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찾고 싶었다.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찾고 배우고 느껴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고 나름 내 머릿속에 안개처럼 있었던 무형의 것들이 단어로 표현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여행을 왜 가는 것인가, 그리고 감으로써 무엇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김영하 작가는 여행을 가는 이유로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경험을 통한 성장. 여행에 대한 기대를 실제 여행을 통해 실현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혹은 기대와는 다른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를 통해 한 단계 사고의 폭과 유연성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현재를 지탱하고 있는 현실로부터 도피이다. 골치 아픈 현실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리셋하는 개념이다. 이것이 내가 17년도부터 쭉 다녔던 여행의 이유였던 것 같다.
세 번째는 현재의 집중이다. 일상생활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과거를 생각하고,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는 중에는 과거, 미래보다는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먹을지 현재에만 머무르며 현재를 위해 살아간다. 현재는 과거가 되며, 지금의 현재가 생각의 과정을 통해 나에게 남는다. 그러므로 초 집중된 현재는 더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렇게 현재에 ‘나’라는 존재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의 집중은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여행이란 것은 타지 입장에서는 변두리인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여행객이 현지인들처럼 행동하고 대우받고 싶어도 현지 입장에서는 여행객은 변두리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여행객도 느낀다. 반대로 말하면 그 여행객도 자기가 현지인이 되는 고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지에서의 변두리인 경험은 나의 현지, 일상생활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힘을 만든다고 본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다. 지난날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에서 벗어나 외지에서 이방인이 되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일상에 미친 듯이 열중하고 후회 없이 다시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