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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 여행, 꼭 가야지!

여행같은 육아는 즐겁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참 좋아한다. 여행을 갔다 오면 극기훈련 갔다 왔다고 후회를 하면서도 여행을 갔다 오면 아내와 손잡고 다음 여행지를 검색한다.

여행을 좋아하던 우리 가족도 여행을 못 가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아이 태어나고 1년 정도였다. 아이마다 다르고 부모마다 다르지만, 우리 아이하고는 거의 1년간 여행을 가지 못했다. 인터넷 보면 6개월 정도 되는 아이 데리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는데, 우리는 그 무렵 차로 1시간 이내 거리 정도만 가능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24개월까지도 여행이 힘들었다. 아직도 공항버스에서 둘째가 너무 울어서 한 시간 넘게 안고 서서 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서 한동안은 여행을 가지 못했기에 누군가가 태교 여행을 꼭 가야 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꼭 가야 한다고 대답을 한다. 여행을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임신했을 때 여행하는 것하고 갓난쟁이 데리고 여행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임신했을 때 100배 더 행복하다. 조금 더 보태면 다섯 살 아이랑 여행 가는 것보다 임신 때 여행을 가는 게 더 재미가 있다. 여섯 살부터는 그래도 좀 재미가 재미지다.    


                       

태교 여행으로 갔던 필리핀 세부의 가성비 좋은 비리조트다.


태교 여행을 생각하면 보통 해외를 생각하는데 산모의 상태나 평상시 여행의 패턴에 따라서 국내로 가는 것도 좋다. 아직도 내 주변에 비행기를 신혼여행 때 말고는 타보지 못한 친구도 있다. 그 친구는 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또 내 주변에 한 분은 비행기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해외로 태교 여행을 가자고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 부부는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 둘 다 좋아했기 때문에 태교 여행을 해외로 갔지만, 태교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태아의 건강과 산모의 건강이었다. 괜히 비행기를 타서 아이가 뱃속에서 힘들어 하게 되면 아이에게 안 좋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결론적으로 뱃속에서 비행기를 한번 이상씩 탔던 우리 아이들은 둘 다 건강하다. 전문가들도 임신 14~24주 사이에는 태아가 안전하므로 비행기를 타도 태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만 임산부는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다리가 붓거나 하므로 태아보다 임산부가 비행기 타는데 더 힘들다고 하니 남편들이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우리 아내도 비행기에서 몸이 불편해서 많이 움직였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태교 여행을 가는 것을 추천하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적인 문제로 못 가시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서 아내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 주었으면 좋겠다. 산모의 행복한 마음이 태아까지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행복한 추억을 위해서 우리 부부도 첫째 애 때 태교 여행을 해외로 갔다. 해외로 간 가장 큰 이유는 2년 정도는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태교 여행 이후 2년이 훌쩍 지나 우리 딸이 2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우리는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태교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액티비티보다는 휴양이다. 그리고 임산부가 힘들 수 있으므로 거리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태교 여행을 일반적으로 동남아권으로 많이 가게 된다.

우리 부부도 그 당시 사람들이 많이 가는 필리핀 세부로 태교 여행을 떠났다. 보통 필리핀은 20만 원대의 필리핀 저가 항공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40만 원대 한국의 저가 항공을 이용했다. 마음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이지만 우리의 경제 사정을 생각해서 그리고 임산부의 상태를 생각해서 한국의 저가 항공을 이용했다. 이용해보면 알겠지만, 현지의 저가 항공사 보다 한국의 저가 항공사가 좀 더 쾌적하다.

임신 전 필리핀 여행 때는 5만 원 전후의 호텔을 이용했는데 태교 여행이기에 10만 원 전후의 호텔을 선택해서 갔다. 결론적으로 세부를 선택한 것도 가성비 좋은 호텔을 선택한 것도 우리에게는 너무 좋은 추억이 되었다.     

우리가 태교 여행 갈 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카메라를 집에 놓고 출발한 것이었다.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것을 공항에서 알게 되었다. 그것 가지고 나는 아내에게 짜증을 내다가 여행 초반에 싸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싸우면서 아차 했다. 아내의 태교 여행인데 싸우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에 바로 사과를 했지만 신혼 초에는 아내를 위하는 마음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카메라가 없어서 당시 가지고 있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 당시가 스마트폰 초창기라서 사진 퀄리티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진이 남아 있는 것이 어딘가. 사진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추억이 방울방울 하다.             

  

2010년 그당시 스마트폰 어플로 찍은 사진이다.


나름 행복한 태교 여행을 다녀왔지만, 그 당시 인식을 잘 못 한 것이 있다. 바로 태교 여행은 아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라는 것이다. 아내가 행복해야 배 속의 아이가 행복한 것이기 때문에 태교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아내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다.

아빠가 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그 당시 나는 너무 미흡했었다. 겨우 카메라 하나 놓고 온 거 가지고 그것도 내가 챙기지 못한 걸 가지고 아내에게 짜증 낸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우리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      


태교 여행은 짧게, 길게 그리고 국내, 해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남자, 그리고 남편들에게 이야기해본다. 태교 여행 갈 때만이라도 아내를 위해서 조금만 더 성숙해지라고. 그리고 혹시 부족한 것이 있으면 사면 된다. 사소한 것을 가지고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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