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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번째 여행지 - 산후조리원 투어

여행같은 육아는 즐겁다.

남자 관점에서 산후조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꼭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산후조리가 뭐지? 해야 하는 거 맞아? 라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나도 첫째 때는 ‘왜 이 비싼 산후조리원을 이용해야 해? 집에서 하면 안 돼? 장모님이랑 하면 안 돼?’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둘째 임신하고 나서는 바로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아내의 몸을 위해서는 산후조리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후조리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일까? 예전에 TV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그 이야기들을 다루었는데 아시아권에는 산후조리 문화가 있는 곳이 많았고 백인계 문화에서는 산후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SBS 스페셜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을 보면 과학적으로 왜 동양인에게 산후조리가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논리를 중요시하는 남편들에게는 그 책이나 프로를 보여주면 산후조리라는 것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글을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서 산후조리의 역사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세종실록世宗實錄』에는 경외의 여종[婢子]이 아이를 배어 출산하면 산후 1백일 안에는 사역 使役을 시키지 말라는 법과 더불어 아이와 산모를 보호하기 위해 그 남편에게 만 30일 뒤에 일을 부리도록 한 기록이 있다. 사역하던 여종이 100일의 휴가를 얻은 것을 통해 산모가 조리하는 기간의 최대치를 추정해볼 수 있다. 반면, 남편에게 준 30일은 최소 조리 기간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산후조리 (한국일생의례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이글을 보통 남자도 육아휴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많이 응용하지만, 그 앞을 보면 여자는 출산하고 1백일은 쉬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우리의 조상들도 산후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산후조리를 어디서 해야 하냐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에서 친정엄마가 와서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어른들도 힘들고 육아관이 서로 맞지 않다 보니 어느 순간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산후조리원은 1997년부터 우리나라에 생겨났다고 한다. 생각보다 역사가 길지는 않은데 산후조리는 산후조리원에서 하는 게 어느 순간 대세가 되고 있고 비용도 매해 비싸지고 있다.  

   

산후조리원이 대세다 보니 아이 임신하고 배 속의 아이와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산후조리원 투어다. 여자들은 임신하면 감정의 변화가 심해지므로 아내가 산후조리원 투어를 간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남편은 ‘당연히 같이 가야지!’ 하면서 따라가는 것이 좋다. 나중에 싸움의 빌미를 만들어봐야 서로 힘들기 때문이다.     


나도 아내가 예약한 산후조리원 세 군데를 투어 갔었다. 하나는 처가 근처 좀 비싼 조리원, 또 하나는 엄마들 사이에서 괜찮다고 소문난 중가의 조리원 그리고 마지막은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신생 조리원이었다. 마음은 처가 근처의 비싼 산후조리원에 아내를 보내고 싶었지만 다른 곳에 비해 비용이 두 배가 비쌌다. 어쩌겠나 나는 그냥 아내가 선택하기를 기다렸다. 편하게 비싼 곳을 보내주고 싶지만 비싼 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내는 집 근처 신규 산후조리원에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라고 비싸고 좋은 곳에 안 보내고 싶을까? 하지만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산후조리원 투어를 하고 나중에 남편도 산후조리원으로 아이를 보러오게 되면 산후조리원의 편함을 알 수 있게 된다. 밥과 설거지도 안 해도 되고 때 되면 간식 주고 아내가 힘들면 대신 아이 봐주는 사람도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오는 날 절실하게 알게 된다. 물론 아내도 그 시간이 소중했던 시간이란 것을 집에 오게 되면 알게 된다. 사람은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산후조리원마다 다르지만, 아빠도 같이 잠을 잘 수 있고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당황스러운 점이 있다. 아기가 출산예정일에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산후조리원의 예약은 아이의 출산예정일에 맞추어서 하는데 일찍 태어나거나 늦게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가? 


사실 우리가 그 피해 아닌 피해 당사자였다. 우리 딸이 예정일보다 2주 먼저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산후조리원에 연락해서 언제 입소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당연히 그러라고 하겠지. 오지 말라고 하겠나. 그런데 우리가 입소하러 갔더니 방이 없다는 것이다. 당황해하는 우리에게 원래 계약한 방이 아닌 창문이 없는 좁은 방에서 2일만 있으면 방을 옮겨주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럼 방값을 할인해 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그 당시 그런 것까지 이야기할 정신머리가 없었다. 아빠가 된 처음이니 처음 하는 것들이 많아 너무 정신이 없었다.     


어쨌든 이틀이 지나고 아내가 쾌적한 방으로 이사를 했다. 그때까지도 큰 불만은 없었다. 산후조리원의 시스템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소하고 10일 정도 지나서 산후조리원 원장이 면담을 요청했다.      


“저기 어머님, 아버님 제가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네? 어떤 부탁이요?”

“어머니가 건강하시고 해서 혹시 4~5일 정도 조기 퇴소가 가능하실까 해서요”     


아, 나는 이때 알았다. 아이의 출생일을 예상할 수 없는데 어떻게 날짜를 맞추는지 말이다. 날짜가 안 맞는 일찍 들어오는 사람은 임시 방에 수용하다가 원래 계약한 방에 넣고 그것도 어려우면 기존 산모에게 조기 퇴소 가능한지 의견을 물어서 날짜를 맞추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오픈기념으로 저렴하게 이용 중이라 산후조리원 원장 입장에서는 어서 보내버리고 신규 산모를 받는 게 이익이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 부부는 참 젊었나 보다.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4일 치 비용 환급을 받고 퇴소를 했다. 퇴소하면서 우리 부부는 우리가 경제적으로 잘 선택했다고 즐거워했다. 사실 아내가 첫째를 낳을 때는 젊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만약에 둘째 때 이런 일이 있었다면 힘들어서 퇴소 안 한다고 했을 것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아이 발과 내 발을 한번 비교해 보았다.


산후조리원이라는 것이 이제는 출산하고 필수코스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제일 처음 가는 여행지가 되어 버렸다. 산후조리원을 비싼데 가야 한다, 경제적으로 해야 한다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산후조리원도 그때그때가 다르고 사람마다 느끼는 평가가 다르므로 부부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 

다만, 산후조리원이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여행을 가는 곳이니 아빠도 엄마도 우리 아이를 위해서 많이 보고 좋은 곳으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특히 아빠들은 엄마가 투어 가자고 하면 귀찮아하지 말아야 한다. 산후조리원이 우리 아이의 첫 번째 여행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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