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 질문 육아!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더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최근에 하브루타 관련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영유아기를 벗어난 우리 딸이 조금 더 현명하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나름 열공 중이다.
이번에 수업을 받는데 선생님이 카드 더미를 보여주시면 본인이 듣고 싶은 질문을 하나 고르라고 하셨다.
그 카드에는 감정이나 취미 등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 언제 칭찬을 받고 싶은가요?
- 열정적이신가요?
- 영화를 좋아하세요?
- 자신을 사랑하나요?
-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 가족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이 카드를 보면서 나는 잠시 멈칫했다. 무언가 살짝 그리움과 아쉬움, 억울함 등 다양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저 수업의 한 부분인데 잊어버렸던 감정들이 조금씩 올라왔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궁금해했던 적이 있을까?'
'누군가 나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본 적이 있었나?'
연애를 할 때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조금 궁금해하고 물어봤을 것 같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본 적은 없는 듯하다.
아니 여러 번 있기는 했구나. 회사 면접 볼 때 유일하게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면접 볼 때라도 나에게 관심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육아를 하면서 종종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엄마도, 아빠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감정을 가지고 있고 칭찬하면 좋아하고 비난하면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부모를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로서의 사람으로만 봐준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고 아이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받고 싶고, 나도 어떤 영화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내 이야기가 아닌 아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수업시간에 내가 고른 질문은 두 가지였다.
- 언제 칭찬을 받고 싶은가요?
- 열정적인 사람인가요?
주부로, 작가로, 프리랜서 강사로 몇 년을 살아보니 누군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칭찬을 하지 않는다. 주부의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아오는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힘들다고 하기 전까지는 고생했어나 잘했어 같은 칭찬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칭찬을 받고 싶었나 보다.
수업 중에 스스로 나에게 칭찬을 했다.
"딸램이랑 서점 데이트도 하고, 수영장 픽업도 하고, 새벽까지 일하느라고 수고했어"
수업이 끝나고 생각을 해봤다. 나는 아내에게 '오늘 어땠어?, 힘들었지?, 고생했어' 말고 어떤 질문을 해봤을까? 또 나는 아내에게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질문을 받고 싶다.
'오늘은 무슨 일을 칭찬해 줄까?'
'오늘은 어떤 내용의 글을 썼어?'
'딸이랑 데이트하니까 자기는 기분이 어땠어?'
'아들이 오늘도 아빠에게 막말 장난을 쳤네. 기분이 어때?'
'오늘은 아이들 혼냈네, 당신 기분이 안 좋지? 어떻게 하면 풀릴까?'
'당신은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어?'
'술 한잔하니까 술맛이 어때?'
'오늘 사람들 만나서 재미있는 소재가 있었어?'
주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면서도, 이런 질문을 받기를 원했다는 것 자체를 잊고 있었다.
우리 집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는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을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가장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질문을 하지 못하니 각자 친구와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 하루는 아내에게 어떤 질문을 해볼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갑자기 질문했다고 당황해하려나? 아이들을 알아가는 시간의 1/10만이라도 빼서 아내를 알아가야겠다. 오래된 부부라도 사람은 평생 알아가야 하는 것 같다.
질문을 통해 아이를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질문을 통해 부부를 알아 가는 것이라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또 한 번 삶의 잊어버린 부분에 대해서 배워간다. 그리고 또 한 번 나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