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끼는 거

그냥 그냥

by 일삼사삼사공

잘하고 싶은데 잘할 수 없어서 슬픈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울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우울하다고 하기에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너무 오래 자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오래 자고 싶다.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계속 잠만 자고 싶다. 그냥 영원히 자고 싶다. 모두가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고, 날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자다가 한 5000년 후에 깨어나고 싶다.


공허하다는 느낌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너무 차올라서 다 버리고 싶은 느낌이다. 이런 감정까지 버리면 어딘가에 떠밀려갈 것 같아서 꽉 안고 있지만 너무 두렵다.


가족은 또 싸우고 내면의 나는 무너진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자주 싸웠고 나는 무너졌다. 무너지면 스스로 쌓아 올리는 능력을 터득했다. 그런데 이번엔 쌓아 올리기 너무 힘이 든다. 이러다 완전히 무너져버릴 것 같다. 그런데 무너져야만 들여다본다. 그제서야 괜찮냐고 한다.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무너진 내가 의지할 곳은 없고 나는 타지에 있다. 본가에 돌아가면 자존심이 상한다. 나는 그냥 꿋꿋하게 버티다가 종강하면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버티기 너무 힘이 든다.


타지에 있는 사람들 모두 다 타지에 나온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의 우울을 전하고 공감해달라고 할 시간은 없다. 웃고 넘겨야 한다.


그냥 웃고 넘기면 되는 건데 그게 안 된다. 작년 봄은 일이 많아서 그랬던 건데 올해는 일이 많지도 않다. 그런데 자꾸만 무너진다. 무너지고 쌓으면 단단해진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 같다. 기초공사가 제대로 안 되어서 자꾸만 붕괴하는 거다.


요즘 네 안의 결핍을 인정하라는 말이 유행인 것 같다. 내 안의 결핍은 사랑 인정 노력 성과 가족 인내 등... 내 인생의 절반이 넘게 결핍이다. 분명 꽉 채워져 있는데 부족하다.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건 불행인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내 유전자를 남기고 싶지 않다. 내 안의 결핍은 아마도 내 부모의 결핍일 것이고 그 결핍은 내 조부모의 결핍일 것이다. 나는 내 조상과 유전자를 공유하면서 결핍도 공유한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미래에 존재할 나의 유전자 1/2 짜리는 나의 부모가 각각 조상들로부터 받은 수많은 결핍에 나의 결핍까지 안고 태어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것이다. 너무 불행한 일이다.


어쩌다 유전자 이야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눈 뜨는 것이 무섭다. 아마 혼자 살았다면 정말 집 밖으로 안 나왔을 것이다. 룸메이트 언니가 있어서 씻고 청소도 하고 밝게 웃기도 한다. 쫓겨나는 건 싫으니까...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들이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지만

누군가 쉬어도 된다고 했으면 좋겠다

종강까지는 약 한 달이나 남았고

한 달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모든 걸 잘못 시작한 것 같다


요즘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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