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의 마루 Nov 11. 2022

1인 가구가 살만한 집이란

고령화와 다양화에 따른 1인을 위한 집에 대한 생각


중개현장에서 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맘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중 1인 거주를 위한 집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1인 거주 목적으로 집을 찾는 분 중에는 대체로 젊은 분들이 많은 편이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젊은 분들이 집을 구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지만, 연세 많은 분이 계약하려고 하면 임대인이 꺼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계약서 작성할 때 ‘유고시’, 또는 ‘먼 길 가실 때’ 등의 웃지 못할 특약 사항을 문구로 넣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도 한 남자 어르신이 집을 구하러 오셨는데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집을 보여드리고 계약 의사를 밝히셔서 임대인에게 연락했는데, 임대인은 여러 이유로 계약을 미뤘습니다. 저도 무엇을 걱정하는지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 더는 임대인을 설득하지 못하고, 손님에게는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손님은 제 표정에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된 듯 말씀하셨습니다,

집을 구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다녔는데 4곳에서 나이 많다는 이유로 계약을 못 했다고 말입니다. 그 중2 두 곳은 집조차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많이 억울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깔끔해서 각 잡고 잘 관리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습니다.


불편한 마음에 손님을 보내고, 다시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하려 했지만, 다른 분을 소개해 달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계약하기 주저하는 임대인을 보며 언젠가는 우리 모두 그 나이가 될 것인데, 나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빈번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1인 가구 특히 어르신이 편히 오래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잘 살펴보면 1인 가구도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이 필요로 하는 역세권 중심의 옵션이 완비된 소규모 원룸과 전문적 업종의 고소득자들이 선호하는 고급스러운 최상위급 고급가전이 빌트인 된 공간이 여유로운 거주형으로 오피스 개념이 결합한 오피스텔, 나머지는 어르신이 거주할 병원이나 마트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공간이 여유로운 형태의 세 가지 정도로 말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젊은 분들이 선호하고 임대가 잘 되는 편이라 갭투자용으로도 많은 사람이 건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가의 실버타운을 제외하고는 어르신을 위한 집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고령의 인구가 살 집의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 뻔한데 우리는 너무 편중된 스타일의 집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더라도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는 1인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1인 가구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은 사실 1인이라 하기엔 어렵죠.

자전거를 타는 취미를 가진 분에게는 창고가 있으면 어떨까요?

요리를 넘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즘 주방은 너무나 협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햇살 좋은 아틀리에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에게도 채광 좋은 넓은 창과 운동 삼아 거닐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다양성이 자리 잡은 시기에 우리는 아직도 예전에 만들어진 평면에 의존해 사람에 대한 고민 없이 집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집의 본질적 기능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닌 '휴식과 재충전, 그리고 다양한 창조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 가구를 위한 기능적이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주택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써보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중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