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쯤이었습니다. 한 통의 전화로 빌라 매도의뢰를 받았습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응대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주소와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니, “이 집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위치와 조건이 꽤나 양호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매도인이 이 집에 애착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떠올렸습니다.
내부가 궁금해 임장 예약을 잡고 방문해 보니,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구조와 자재는 년식에 비해 신축스러뤘고, 마감재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죠.
“이 집은 자신 있게 중개해도 되겠다.”
그 후로 저는 이 매물을 어느 집보다 더 신경 써서 손님들에게 여러 번 브리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계약 의사를 밝히는 몇 팀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자신 있게 매도인께 말씀드렸습니다.
“사모님, 계약금 넣겠다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매도인은 갑작스럽게 말을 아끼셨습니다.
“아무래도 세금 문제를 세무사에게 다시 확인해 보고 계약하겠어요.”
저는 분명 미리 세무 상담을 권해드렸던 터라 순간 멈칫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1주일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두 팀은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매물을 선택했습니다.
다시 며칠 뒤, 매도인께서 다시 계약 의사를 밝히며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는 곧바로 남아 있던 매수 측 중개사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이번에는 매수측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매수 측 중개사 대표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제서야 대표는 매수자의 조건이 변경되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끙끙 앓고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매수자는 심경에 변화가 있었고, 그로인한 계약 조건은 매도인이 받아들이기엔 무리한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매도인께 상황을 설명드리며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 이제는 계약이 어렵겠습니다.”
매도인은 감정이 상한 듯 전화를 끊으셨고,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중개를 하다 보면 늘 깨닫습니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신중함도 중요하고, 물건의 상태, 협상 조건, 매매가격, 공동중개사의 호흡까지 어느 하나 가벼운 요소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위에 놓여 있는 단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타이밍입니다.
계약은 누가 더 빨리 움직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된 사람과 준비된 순간이 정확히 맞물릴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게 머물다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