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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ol Park Feb 10. 2017

우리에 대하여.

1.
공자의 제자 자공이 한수 남쪽을 지날 때 밭일을 하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우물 바닥으로 내려가 물동이를 안고 나와 물을 주고 있었다. 끙끙거리며 힘을 쓰고 있으나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이에 자공이 노인에게 말했다.
"기계를 쓰면 하루에 백 이랑에 물을 줄 수 있습니다. 적은 힘으로 쉽게 물을 줄 수 있는데 어르신은 왜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 기계가 어떤 것인가?"
"나무를 파 만든 것입니다. 뒤는 무겁게 앞을 가볍게 만들지요. 잡아당겨 물을 푸는데 아주 빠릅니다. 그것을 두레박이라 부르지요."

밭에 물을 주던 노인이 문득 화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내 스승님께 배운 것이 있네. 기계가 있으면 기계를 써야 할 인위적인 일이 생기고, 인위적인 일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게 되고, 욕심이 마음속에 있게 되면 순백한 마음이 갖춰지지 않고, 그러면 신묘한 본성이 안정될 수가 없고, 본성이 안정되지 않으면 도가 깃들지 않는다고 하셨네. 나도 두레박이라는 기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네. 하지만 기계를 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쓰고 있지 않네." - 장자, 외편


2.
인간은 한번도 기계를 이겨본 적이 없다. 하긴 약하고 복잡한 사람 따위가 오직 효율성을 위해 고안되고 제작된 기계를 이긴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군자불기 君子不器. 그래서인지 군자의 모습은 기계가 이해할 수 없는 최악의 바보짓, 다시말해 인간다움을 지켜나가는 사람이다.

완제품만이 중요한 사회에 살고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관계속에 포섭되게 마련이고 살아남기 위해 어떤 행위준칙들을 내면화한다. 효율, 축적, 배제, 결과, 속도. 모두 근대의 황금률들. 이들은 공동체의 풍요를 위해 중요하지만 과해지면 인간의 삶을 부순다. 거기서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가장 먼저 깨어진다.

하지만 인간은 세계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세계를 배제한 삶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제동을 걸고, 마침내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없는 "인간의 삶"을 복원하기 위함이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이성적으로 분석하면서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이렇게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귀한 원칙들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一日不念善 諸惡皆自起.

일일불념선 재악개자기.

  
모두가 아는 것도 매일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3.
끊임없이 삶을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다. 창조와 파괴는 계절처럼 순환하지만 자연은 어떠한 창조도 파괴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법이 없다. 겨울은 하나의 남은 생명도 자비없이 거두며 봄은 보잘것 없는 좁쌀 한톨도 목숨걸고 기른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인간의 삶이라고 무엇이 다르랴?
생도 자라다 늙고 쇠한다.
힘차게 피어났던 의지가 볼품없이 앙상해지고, 넘치던 결기가 참을 수 없이 초라해진다.
그럴 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 볼품없어 지고 사력을 다해 초라해지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신은 우리의 성취를 사랑하지 않고, 그 과정을 귀하게 여긴다.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인간은 때때로 모든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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