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sol Park Jun 02. 2017

어떻게 산다.

중국 단동에 사는 공산당원의 아들 공바오는 페이스북에 연일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사진을 올린다. 아마도 그의 새 취미인 듯 하다. 컨퍼런스차 인천에서 처음 만났던 그는 아르마니 수트를 입고있었는데 그 모습이 멋들어졌다. 또다른 친구인 빅터는 5박 6일 일정에 500만원의 현금을 뽑아와서는 이정도면 생활하기 부족하지 않겠느냐고 나에게 재차 물었다. 결국 남김없이 돈을 다 쓰는데 성공한 그는 검소한 여정에 매우 만족해했다. 영국에서 만난 제니퍼는 레스터 스퀘어의 클럽 rise의 테이블을 잔뜩 빌려 생일파티를 했다. 돔페리뇽이 가득 깔려 있었던 호화로운 파티의 모든 비용을 그녀는 일시불로 결재하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그녀는 충분히 '학생다운' 연회를 즐겼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파티가 끝나고 선물받은 사치품들을 싸구려라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켈리는 두번째 석사를 시작했고 왕실 장학금으로 전세계 명문대란 명문대는 다 다녔던 유민은 아직도 런던이다. 그에게는 공무원 자리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고작 공무원 따위를 할 수밖에 없음을 애석해했다.

반면, 정확히 반대편에는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말라위의 어떤 마을에서 붙잡힌 생계형 좀도둑은 그가 훔친 옷가지 몇점을 시장에 몰래 내다팔다 마을주민들에게 자그마치 화형을 당했다. 탄자니아에서 내가 고용한 가정부의 한달 월급은 고작 8만원이었는데 그녀는 그마저도 짤릴까 날마다 태산같은 걱정을 하곤했다.
높은 언덕 위에서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던 아이티 페촌빌에는 5성급 호텔과 고급 대형마트가 즐비했다. 하지만 차타고 10분 거리 언덕 아래에는 빈민들이 구호용 텐트를 치고 날마다 비참한 아침을 맞았다. 포르투프랑스에는 매일 밤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부촌의 쓰레기가 난민캠프로 떠내려와 산처럼 쌓였다. 빈민들은 맨발로 뻘창을 건너 그 쓰레기더미를 뒤져 쓸만한 것들을 찾아다녔다. 갱단이 장악하고 있는 아이티 시티솔레에서는 단돈 몇만원에 인신매매가 횡행하여 여성은 낮에도 안심하고 길을 걸어다닐 수가 없다.

이 세상의 벌거벗은 모습 앞에서 내가 감당해야했을 혼란을 생각해보라. 5년전의 나는 이런 불평등을 두고 신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물었다. 삶들을 지어놓고는 누구의 것은 왜 이렇게 빌어먹을만치 힘들게 해놓았느냐고. 자주 부딪히고 깨졌지만 여정은 즐거웠다. 어리고 어리석었으나 별을 쫓아 미친듯 살았기에 되려 행복했다. 하지만 정의감이라는게 원래 쉬이 휘발되는 본질을 가진 탓인지, 아니면 나의 타고난 연약함 탓인지 부끄럽게도 나에게는 여전히 삶에 대한 고민이 앙상하게 남았다.

따지고보면 옳은 일과 좋은 삶 사이에서 번민하느라 이십대를 모두 썼다. 솔직히 말하면 내 삶을 지나치게 아꼈던 탓이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두려웠던 탓이다. 이 세상은 참 이상해서 옳은 일을 하고자 하면 여지없이 고단한 삶을 살더라. 정의롭지 못한 것이 이 사회의 맥락이더라. 나는 불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혹은 불행해질 자신이 있는가.

흔히 보수성을 조롱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하지만 생활양식에 있어 자발적으로 선택한 보수성은 때때로 긴 성찰과 수많은 다짐으로 훈련된 절제의 결과이다. 이러한 절제는 유한한 감정과 에너지의 적절한 사용과 삶의 지속가능성을 약속한다. 과잉된 욕망의 시대에서 관조와 절제는 확실히 세상을 오버하지 않고 자존감 넘치게 살아가게 하는 지혜이자 기술이 된다. 굳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러한 기술의 적절한 사용은 아마 너무나 수많은 훌륭함이 범람하는 오늘날, 나의 훌륭함을 단단히 지켜나가도록 이끌것이다.
옳은 것은 나에게 적절하기에 옳다. 좋은 삶이 '옳은 삶'이 되고 나서야 나를 잠식하던 딜레마는 마침내 실마리를 찾았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성심을 다해 살아가는 것. 취할 만큼만 취하고 매일매일 스스로를 정돈하고 또한 용서하는 것. 그러나 끊임없이 대화하고 존중하는 것. 세상에서 겨우 건져올린 소중한 나의 삶, 나의 용기.
이들 위에서 오늘도 나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괜찮다 괜찮다, 결국 지지않을 것이라고. | 2017.



작가의 이전글 우리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