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목소리로 인한 고민, 트렌스젠더 음성치료, 함께 해낼 수 있어요
외래에서 성인 환자를 볼 때는 말, 언어, 그리고 앞서 말한 삼킴 환자도 많이 보지만 음성환자도 자주 보게 된다. 음성치료는 behavioral therapy이기에 음성 위생에 대한 교육과 지원, 호흡과 발성훈련으로 건강한 발성양상을 연습하고 습관화하는 과정을 지도하고 돕는다. 주로 이비인후과에서 음성치료를 권고받고 오시기도 하지만 주치의나 신경과 전문의 등의 권유로 오시기도 하는데 많은 경우 성대에 다른 병리적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비인후과 검진을 먼저 받고 치료를 진행한다. 언어치료사는 시술 및 수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음성변화의 원인이 수술/시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음성재활치료를 시작하기 전 이비인후과 검진을 먼저 받는 것을 추천한다.
음성장애로 인하여 환자를 보게 되면 다른 장애군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차트를 리뷰하고 환자의 음성 관련 고민과 그가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파악한다.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고 오시는 환자분이라면 그 부분을 더 유심히 확인해야 하는데 특히 Videostroboscopy, Laryngoscopy, Videokymography 등의 기기적 검사결과를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Laryngoscopy가 가장 접근성이 높아 많이 사용되지만 Videostroboscopy의 경우 성대의 진동을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성대의 모습으로 병변을 찾아내야 하는 laryngoscopy보다 미세한 성대의 병변도 잘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중음도 등 잡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이비인후과 의사의 추천에 따라 적절한 기기검사를 받으시는 것을 추천한다.)
환자가 내원하시면 환자의 병력과 현재 음성변화가 환자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는데 Voice handicap index(음성장애지수), Voice-Related Quality of Life(V-RQOL 음성과 관련된 삶의 질)등의 설문지를 활용할 수 있다. 환자의 Vocal Hygiene(음성 위생) 또한 면밀히 파악해보아야 하는데 건강한 음성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나 환경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환자의 일상에 얼마나 만연한지를 파악하여 건강한 음성을 위한 위생교육을 하기 위함이다.
이후 언어치료사는 공기역학적, 음향학적, 청지각적 평가를 진행한다. 먼저 환자의 호흡을 지켜보고 maximum phonation time(최장발성시간)을 통하여 환자의 호흡조절, 발성지속능력 및 발성양상을 평가하고 Pitch glide(가장 낮은 소리부터 높은 소리까지, 높은 소리부터 낮은 소리까지 연속해서 발성하는 것) 통해 성대의 기능을 파악한다. 또한 대화 내에서와 지문 읽기 과제 중 음성의 특징들도 평가하는데 거친 정도, 기식 정도, 긴장정도 공명, 음도, 강도, 이중음성, 가성발성, 실성증, 진전 등의 세부내용과 전반적인 중증도 등을 파악한다(CAPE-V, GRBAS 등을 사용해도 된다). 이 외에도 s/z ratio, noise-to-harmony ratio, 비음도 등도 평가에 활용가능하다. 병원이나 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Visi-Pitch 등)으로 주관적 기술이 아닌 수치화된 분석을 받을 수도 있다.
음성치료를 받으러 언어치료실로 오시는 가장 많은 이유는 근긴장성 발성장애(Muscle tension dysphonia)이다. 발성 시 후두근육에 과한 긴장으로 인하여 음성변화가 초래되는 경우로 기질적 문제가 동반되지 않기에 시술이나 수술대신 음성위생교육과 음성치료를 통하여 근긴장을 줄여서 호흡하는 방법과 발성법을 연습하여 긴장을 줄인 발성의 습관화를 유도한다. 이때 환자의 발성양상과 음성의 질에 따라서 Diaphragmatic breathing, Repiratory-phonatory coordination, Resonant Voice Therapy, Confidential Voice, Semi-Occluded Vocal Tract Exercise, Vocal Function Exercise, Inhalation phonation, Confidential voice, easy-onset phonation, manual therapy/laryngeal massage 등의 치료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Spasmodic Dysphonia)는 후두근육의 불수의적이고 비정상적인 근육수축으로 인하여 불규칙한 음성의 떨림이나 음성의 단절 등을 초래한다. 근육 수축의 양상에 따라 내전형, 외전형, 혼합형 등으로 구분하는데 내전형이 가장 많은 유형이다. 많은 경우 연출성 발성장애 환자는 비정상적인 근육수축을 방지하기 위해 성대에 주기적으로(보통 10-12주마다 맞는다) 보톡스를 맞는데 음성치료를 병행하여 보톡스 시술 이후의 건강한 음성 발성을 연습할 수 있다. 주로 내가 만난 연축성 발성장애환자의 경우 근긴장성발성장애를 동반하고 계셔서(연축성 발성장애로 인한 성대의 불수의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음성 산출을 위해 근긴장을 동반하는 경우) 첫 보톡스 시술과 병행할 수 있도록 음성치료를 권고받아 오시는 경우가 잦았다.
성대기능장애(Vocal Cord Dysfunction, paradoxical vocal fold motion)이란 성대가 정상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호흡을 위해 기도가 열려야 할 때 좁아져서 닫힘으로 인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아동과 성인에게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는 주로 트리거를 찾아 줄이거나 제거하는 방법과 호흡훈련을 병행하는데 body awareness를 위한 tight/relaxation 활동, relaxed breathing, 당황/긴장으로 인한 hyper-ventilation(과호흡)을 방지하기 위한 breathing recovery exercise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파킨슨병, 루게릭 병 등 신경계 질환도 음성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파킨슨으로 인한 작은 음성 강도, 단조로운 음성, 목쉰 소리 혹은 음성진전으로 인해서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Lee-Silverman Voice Treatment(LSVT-LOUD)나 Speak out therapy program 등 파킨슨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음성치료프로그램과 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료방법을 병행할 수 있다.
노화와 더불어 성대근육의 약화로 인한 Presbylarynx(노인성 후두) 환자분들은 음성강도 약화, 고음도의 목소리, 음성피로와 더불어 말하기 위한 노력의 증가로 인한 친구나 가족들과의 구어소통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신다. 이 경우 환자분의 어려움에 맞추어 호흡강화, 성대 폐쇄 향상, 음성 강화를 위한 치료를 진행하기도 하고 Phonation Resistance Training (PhoRTE)와 같은 노인성음성장애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 분들 또한 음성치료를 받으러 언어치료실에 찾아오시기도 한다. 이 경우 주로 Gender Dysphoria라는 진단명으로 의사에게 음성치료를 권고받아 내원하시는데 환자분의 정체성과 상이한 음질로 인하여 gender-affirming voice therapy를 위해 오신다. 이 경우 성대의 건강한 생리를 유지하면서 수술 없이 환자의 정체성에 맞는 음질을 찾기 위해 음도, 공명, 운율 및 억양, 조음 등을 연습하고 비구어적 소통과 단어선택 등도 함께 훈련한다. 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는 환자분들이 오시는데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할 때는 호르몬으로 인하여 성대가 커지고 무거워지며 자연스레 비교적 남성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음성을 얻게 되지만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는 경우 호르몬치료를 받더라도 성대가 작아지거나 가벼워지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여성적으로 인식되는 음성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Gender-affirming voice therapy에서 중요한 지점은 환자마다 원하는 음성의 모습은 다양하므로 꾸준히 소통하며 함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만나는 환자분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기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음성양상이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의도치 않은 microagression을 하지 않도록 단어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할 때 좋은 의사 선생님이 계신 것도 중요하지만 병원 자체가 청결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듯이 언어치료사와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성건강을 위한 음성위생(Vocal Hygiene)이다. 다양한 음성위생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들이 있지만 환자분들이 가장 어려워하시는 부분이 물 많이 마시기와 위산관리이다. 위산역류에는 크게 Laryngopharyngeal reflux(LPR 인후두역류)와 Gastroesophageal reflux(GERD위식도 역류)가 있는데 LPR은 후두에 직접 영향을 주므로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당장 음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장기적인 음성건강과 효과적이고 행복한 구어소통을 위해 일상에서 위산관리와 물 많이 마시기를 실행하여 여러분의 인생에 음성문제로 인하여 언어치료사를 만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