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부터 Clinical Fellow까지의 지독한 시간
CCC-SLP는 무엇인가? CCC-SLP란 Certificate of Clinical Competence in Speech-Language Pathology의 약자로 미국 언어치료학회인 American Speech-Language-Hearing Association(이하 ASHA)에서 발급하는 언어치료사 자격증이다. 미국 전역에서 통용되는 자격증이며 일하는 주에 따라서 주자격증을 발급받아야 하지만 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어치료사를 고용하는 기관에서는 CCC-SLP자격증 또한 필수로 요구한다.
CCC-SLP를 취득하기 위한 자세한 요건들은 https://www.asha.org/certification/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ASHA에서 인증을 받은 학교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고, 이 석사과정 중 학교와 병원, 클리닉 등 다양한 치료환경에서 400여 시간의 실습 및 관찰시간을 이수하여야 한다. 이후에 Clinical Fellow의 자격을 먼저 얻은 뒤, 약 9개월(풀타임으로 일할 시)의 Clinical Fellow를 성공리에 마치고 Praxis exam을 통과하고 나서야 CCC-SLP자격증을 신청할 수 있다. 학교에 관련된 정보는 https://www.asha.org/students/edfind/about/에서 확인 가능하다. 언어치료학과를 개설한 모든 학교들이 ASHA의 인증을 받은 것이 아니고, ASHA의 인증을 받았어도 재인증을 받지 못하면 인증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에 입학하는 시점부터 졸업예정시점까지 인증이 유효한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언어치료학과로 석사를 지원하기 위해 꼭 언어치료학과에서 학부를 마쳐야 할 필요는 없다. 단, 학부에서 다른 전공을 한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따라서 입학 전 여름학기에 미리 선수과목들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합격을 주거나 석사과정 지원 전 Post-Baccalaureate Certificate Program을 이수하여야 지원이 가능하기도 하다. 주로 9-12개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개론수업과 해부, 생리수업 등을 포함하고 있다. 언어치료학과의 경우 석사를 필수로 취득해야 취업이 가능하다 보니 석사지원을 위해 학부시절에 학점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언어치료에 대한 꿈을 나중에 갖게 되어 학부학점이 조금 부족한 친구들은 이때의 성적을 학부성적을 만회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더 열심히 한다고들 한다.
석사지원 과정에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학부성적, Statement of purpose, 평균 3개의 추천서, 그리고 경우에 따라 GRE점수나 영어공인점수가 필요하다. 이중 1번은 아무래도 학부성적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언어치료사로 일하려면 석사과정이 필수이다 보니 언어치료학과에 지원할 때 보통은 4.0만 점에 최소 3.5 이상의 학점은 가지고 들어오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3.7 정도의 성적이었는데 안정권(3.8 이상)은 아니었기에 GRE점수와 봉사활동 등을 많이 신경 썼었다. (코로나기간 동안 GRE시험이 실시되지 않았었다 보니 그 이후로 GRE성적을 받는 학교들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학부성적, GRE 등의 성적을 만들고 나면 학교별로 요건에 맞추어 Personal Statement/Statement Purpose를 써야 하는데 대부분 요구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처음 2-3개가 오래 걸리지 나머지는 금방 쓸 수 있다. 추천서는 내가 추천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그 이메일로 추천서를 요청하는 링크가 전송된다. 언어치료학과 석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CSDCAS(Communication Sciences and Disorders Centralized Application Service. https://www.csdcas.org/about-csdcas/) 사이트가 있는데 이곳에 추천서나 성적표를 업로드하고 지원하는 학교별 원서비만 내면 같은 서류가 전송되어 따로따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의 경우는 각각의 학교에 원서제출해야 하는 곳 3곳, CSDCAS를 통한 곳 5곳 정도를 지원했었는데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요청하는 메일이 많이 가는 게 괜히 신경 쓰였던 소심한 학부생에게는 CSDCAS덕에 추천서 부탁하는 이메일이 4개나 줄어들어 얼마나 마음이 편해졌는지 모른다. 나의 경우는 학부를 미국에서 마쳤기에 영어점수를 따로 제출하지는 않았지만(학부입학 시 이미 영어점수를 제출해야 하기에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유학을 오는 경우라면 영어점수도 제출하여야 한다.
석사과정 중에는 ASHA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다양한 필수 이수과목들과 학교별로 추가하여 제공하는 수업들을 이수하고 400여 시간의 실습 및 관찰시간(그러나 실제로는 그 배 이상의)을 마쳐야 한다. 이 시간들은 언어치료사의 Scope of practice(해석하자면 일의 범위, 전문범위 같은)에 포함된 아동과 성인 등 다양한 연령대와 장애군을 포함하여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여름방학 동안의 풀타임 병원실습, 한 학기 동안 주 4일 이상의 학교실습(주로 초등학교에 배정되었다)을 포함하여 학교 클리닉에서 장애군별 실습클리닉을 통해 실습시간을 이수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다. 수업과 실습을 다 마치면 졸업 전 졸업 논문 혹은 comprehensive exam이라는 졸업시험을 치면 드디어 졸업이다.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Clinical Fellow, CF-SLP자격증을 신청하여야 하는데 이 자격증이 나오는데도 보통 2-3달이 걸리므로 미리 신청해 두어야 일을 시작하는데 지장이 없다. CF-SLP자격증을 받으면 이제 언어치료사로서 환자를 보고 평가와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지정된 슈퍼바이저에게 한 달에 일정시간만큼 Direct와 Indirect supervision을 받는다. 내가 CF이던 시절에는 3개월에 한 번씩 종합평가를 받았는데 9개월째에 받는 3번째 종합평가까지 마치고 나면 평가지와 함께 Praxis exam 결과 등을 포함한 서류를 준비하여 드디어 CCC-SLP자격증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Praxis Exam 언어치료에 대한 종합적인 시험인데 석사과정을 이수하였고 졸업시험까지 통과하였다면 객관식에 100-200점 scale에서 162점만 넘기면 되는 Praxis Exam은 쉽게 통과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언어치료학과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석사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많이 질문하신다. 일단 지원하고 합격을 하셨다면, 학교에서 여러분이 CCC-SLP가 될 재목이라고 판단한 것이니 본인을 못 믿겠으면 학교를 믿으시라. CCC-SLP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석사 합격이다. 그걸 해냈으면 남은 과정도 해낼 수 있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이미 합격시킨 이상, 여러분이 CCC-SLP가 되지 못하면 그건 학교의 불찰이기도 하니 학교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CCC-SLP취득을 도울 것이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