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 언어치료사는 얼마를 벌까

일하는 환경도 연봉도 복지도 천차만별인 언어치료사 돈이야기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를 하면 돈을 잘 벌까? 쉽게 구글에 검색해 보면 (https://money.usnews.com/careers/best-jobs/speech-language-pathologist/salary) 2023년 언어치료사의 연봉 중앙값(median)이 $89,290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모든 직업이 그렇듯 사는 주와 도시에 따라서 생활비도 천차만별이고 임금도 천차만별이다. 언어치료사의 경우 다양한 환경과 시설에서 일하다 보니 같은 연차라고 하더라도 연봉의 차이가 꽤 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할 돈 이야기는 영주권을 받아야 했던 외노자이자 캘리포니아 남부에 자리 잡은 언어치료사의 연봉이야기로 한정하여 생각하고 읽어주면 고맙겠다.


나는 졸업 후 첫 직장을 알아볼 때 도시를 먼저 선택했다. 외국인으로서 영주권을 스폰서 받아야 하는 나로서는 한인인구가 많은 LA에서 직장을 잡는 것이 영주권 스폰서를 찾는데 더 유리할 것 같았다. 영주권을 스폰서 해주는 조건 하에 잡 오퍼를 받은 직장은 3군데였다. 학교에 언어치료사를 파견하는 Staffing company, 아동전문 언어치료센터, 그리고 아동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치료센터였다.


첨언을 하자면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로 첫 취직을 할 때는 아직은 정식 치료사가 아닌 Clinical Fellow(주마다의 명칭이 따로 있지만 통칭 CF라고 불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기간을 RPE라고도 칭한다)로서 약 9개월의 기간 동안 한 달에 일정시간 direct, indirect supervision을 받는다. 즉, 어느 정도의 돈이 수퍼바이저에게도 가야 하기에 임금이 조금 낮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 당시 기준으로 Staffing company에 제시한 임금은 약 7만 달러 초반대의 연봉을, 아동전문 언어치료센터는 6만 달러 중반대의 연봉을 제시했었다. 나는 아동과 성인을 모두 볼 수 있는 치료센터를 결국 선택했는데 그곳에서는 연봉이 아닌 치료시급 38달러, 평가시급 72달러로 계약하게 되었다. (나는 영주권을 받아야 하기도 했고 원어민이 아니기에 엘에이 기준으로 연봉이 높게 시작한 편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무사히 펠로우를 마치고, 영주권도 받은 몇 달 뒤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병원 내 외래전문 언어치료사 자리였다. 성인을 주로 보지만 30% 정도는 아동도 봐야 했기에 아동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언어치료사를 구하고 있었고, 나는 더욱 다양한 성인 환자군을 보고 싶었기에 인터뷰부터 계약까지 금방 진행되었다. 이때는 시급 45달러로 계약했는데 보험이나 401K 등 부수적인 복지가 훨씬 좋아졌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다양한 트레이닝을 제공해 주기에, 마냥 기쁜 마음으로 사인하고 행복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언어치료사는 일반 회사처럼 사원, 대리, 팀장 등의 직급이 없기에 펠로우에서 정식 언어치료사가 될 때 한번 큰 인상을 하고 나면 이후로는 거의 이직이 아니고서는 현저한 임금의 인상은 어렵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때 또한, 같은 경력이나 연차에 비해 잘 받은 돈은 아니지만 아직 사회 초년생으로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으로서 연봉협상을 하기에는 나 자신의 능력이 너무 미천하다고 생각해 협상이고 뭐고 바로 좋다고 계약했었다. 원하던 것을 배울 기회가 있는 곳이니까.


현재 (주 직장으로) 다니고 있는 3번째 직장은 Acute setting과 outpatient, 즉 병동과 외래를 둘 다 보는 포지션인데 이전과 달리 복지가 다 제공되는 풀타임이 아닌 per diem, 즉 보험, 유급휴가를 제공해 주지 않는 대신 시급이 정규직에 비해 더 높은 포지션이다. 이곳은 노조가 있는 병원이라 내가 따로 연봉 협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표에 따라서 62달러를 받고 들어왔다. 현재는 (이 또한 노조의 연봉 표에 따른) 연봉 인상과 (우리 병원 내에서만 인정하는) 한국어 의료통역 시험을 쳐서 얻는 약 1~2달러 정도 추가시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 유급휴가가 없는 대신 무급휴가가 자유로워서 하도 놀러 다녔더니 연봉이 높지는 않지만 속칭 워라밸이 너무 좋아서 현재까지는 만족한다.


내가 직접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언어치료사로서 높은 연봉을 원한다면 아동을 좋아한다면 학교 언어치료사로, 성인을 좋아한다면 요양병원, home health, 혹은 traveler job을 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학교 언어치료사는, 특히나 캘리포니아에서는 언제나 급구이기에 일반 병원이나 클리닉과 비교하면 연봉도 훨씬 높고 연금도 있으며 무엇보다 모든 공휴일과 방학을 쉴 수 있다. 단, 본인이 학교의 유일한 언어치료사이기 쉽고, 담당하는 아동은 많은데 시간은 없기에 (특히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주로 평가와 IEP 미팅(individualized education plan. 특수교육을 받는 아동들을 위한 개별화된 교육계획안으로 담당 교사 및 스태프들과 부모/보호자가 함께 이 계획안에 대하여 1년 주기, 또 3년 주기로 회의를 한다)에 참여하느라 치료는 거의 진행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가끔 따라오는 보호자의 고소건과 변호사 동반은 덤이다. 나의 경우는 이제 시작하는 치료사로서 항상 물어볼 선배가 있는 곳에 가고 싶었기에 학교는 고려하지 않았다.


성인환자를 주로 보고 싶고 삼킴 장애에 관심이 있다면 요양병원과 home health세팅(퇴원 후, 혹은 외래진료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될 때 치료사나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하여 필요한 의료/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의사의 오더가 있으면 오더에 따라서 짧은 기간으로 제공된다. 언어치료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에 3-5회 정도까지 제공되는 것으로 들었다. 물론 가진 보험이나 의사의 오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에서 일하는 것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요양병원의 단점은 병원에 따라서 비윤리적인 요구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집방문의 경우 미국에서 다른 사람의 집에 가는 게 불편하거나 위험하게 느껴진다거나 긴 운전시간이 단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경우 다 일반 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시급이 훨씬 높다.


Traveler job은 미국 내 의료인력이 부족한 곳에 단기간(주로 12-15주 정도인데, 경우에 따라 1년 계약도 간간히 보았다) 파견을 나가는 포지션인데 체류비, 식비 등이 Stipend라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 돈으로 나오기에 여행을 좋아하고 옮겨 다니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좋은 선택지이다. 단점은 자주 옮겨 다녀야 한다는 것과 인력이 부족한 곳으로 가는 것이니 트레이닝을 받기보다는 바로 투입되어 일해야 한다는 것이고, 장점 또한 직장이 맘에 들지 않아도 몇 주만 버티면 끝난다는 것이다. 공고들을 보면 보통 주에 2-4천 달러의 임금을 받는다.


미국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다양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언어치료사를 선택한 이상 무조건 클리닉에서만, 무조건 이 돈만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의 선호, 기호에 따라 여행을 다니면서 일할수도, 방학을 누릴 수도 있다. 나처럼 일할 때 돈을 더 벌며 주 6일, 7일도 일하지만 놀 때는 4주씩 쉬며 노는 사람도 있다. 클리닉에서도 아이의 학교시간에 맞추어 10시부터 2시만, 혹은 학교에 근무하는 언어치료사들은 학교가 끝난 3시 이후에 일반 클리닉에서 몇 시간씩 부수입을 위해 일하기도 한다. 물론 아무리 날고 긴다고 언어치료사의 시급이 몇백 달러가 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범위 안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에 맞게 일하는 환경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매력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CCC-SLP를 취득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