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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갈림길의 은혜 시리즈(1)

by 딘도

"언니, 저도 함께 하고 싶은데 너무 고민이 돼요."


2023년의 마지막을 앞둔 어느 날, 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었다. 묵은해가 저물어가는 시점, 나는 여느 해보다 비장하게 새해를 구상하는 중이었다.


배송비 포함 거금 3만 8천 원을 주고 다이어리도 샀다.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아까워서, 내가 다이어리를 끝까지 잘 쓸 거라고 믿을 수가 없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내가 산 다이어리의 첫 장은 작년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구상하게 되어 있었는데, 나는 거의 인생의 청사진을 그리듯 그 페이지에서 오래도록 머무르고 있었다. 긴 고민 끝에 마침내 인생 모토를 세 가지로 정했다.


'건강한 나, 화목한 가정, 기여하는 삶 - 나는 나를 건강하게 가꾸고, 우리 가정은 주님 안에 하나 되어 서로 사랑하며, 내가 가진 것으로 타인과 사회에 기여한다.'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던 내가 나의 수많은 욕심을 드디어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하고 나자 한 해 동안 이루어나갈 실천 사항들을 정리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첫 단추 앞에서 또 한 번 망설이고 있던 것이다.


"진솔아, 인증은 자유롭게 할 거야. 우리 함께하자!"


할 수 있을까? 중도에 포기하지는 않을까?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신명기나 여호수아 어딘가에서 힘을 잃고 관두지는 않을까? 쓰다만 다이어리처럼 올해도 성경일독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어차피 마무리 못 할 도전이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또다시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잖아.


휘몰아치는 걱정들이 나를 에워쌌다. 원래 나는 늘 여기서 스톱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용기가 났다. 몰려오는 걱정들을 잠시 제쳐두고 나는 일단 언니의 손을 잡기로 했다.


"좋아요, 언니!"


그렇게 나는 언니가 운영하는 <2024년 성경일독-삶의 우선순위 세우기> 단톡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새해가 시작되고 단톡방에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 나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훅 밀려왔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내적 친밀감이 한껏 올라갔다.


우리는 그날부터 함께 성경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가끔은 내밀한 기도 제목을 나누기도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누니 오히려 더 솔직하게 나눌 수 있기도 했다. 말씀이 쌓이고 나눔이 깊어졌다. 우려했던 신명기와 여호수아도 무사히 통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어진 분량의 말씀을 읽고, 아이의 등원 준비와 나의 출근 준비를 동시에 하며 현란한 아침을 보냈다. 겨우 시간 맞춰 유치원 버스에 아이를 태워 보내고, 나도 바삐 걸음을 재촉해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은 아침부터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정기 인사발령을 앞두고 여러 소문이 무성한 까닭이었다. 그 때, 팀장님께서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김대리, 차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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