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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갈림길

갈림길의 은혜 시리즈(2)

by 딘도

"김 대리가 이번에 다른 팀으로 가게 됐어."


차를 한 모금 머금어 입을 적신 팀장님께서 먼저 운을 떼셨다.


"그 소문, 진짜예요?"


마지막까지도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입사 이래 최고의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 개설되는 조직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면서 근무하게 된 CS채권팀. 업무 지식이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아빠 같은 팀장님과 모든 일에 솔선수범 하면서도 세심하게 팀원들을 챙기는 엄마 같은 부팀장님의 조합은 10년이 넘는 내 회사생활을 통틀어 감히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완벽했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그 아래에서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한 자리에서 5년을 채우면 다른 팀으로 옮겨 갈 기회를 얻게 되므로 나는 이것이 믿기지도 않았고 받아들이기도 싫었다.


"응. 진짜야. 이번에는 나도 간다."


불행 중 위로가 되는 사실이었다. 팀장님께서 더 이상 이 팀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팀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몰랐다. 그 사실에 기대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감사기획실. 새로 생기는 조직이라 무슨 일을 할지 더 감이 안 잡혔다. 아니, 사실 무슨 일을 할지 뻔히 보이는 팀이기도 했다. 아마 오너의 지시사항을 수행하리라. 범위가 넓고 허황한 것들도 있으리라. 아니, 온통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회사를 흔들만한 일들을 할지도 모른다. 회사를 흔든다고 욕을 먹는 일도 허다하겠지. 마음이 요동쳤다.


교회 순모임이나 성경일독방에 이 사실을 알리고 기도를 부탁했다. 기도제목에는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가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도 걱정이 됐지만, 독실한 크리스천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는 사실이 겁나기도 했다. 새로 구성되는 조직은 관리역으로 계시는 부장님을 제외하면 모두 크리스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실장님과 과장님은 회사 신우회에서 임원을 맡을 만큼 독실한 분이셨다. 나는 그 사실이 마냥 감사하지만은 않았다. 회사에서 만난 크리스천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경험들 때문이었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야 하건만, 어떤 이들은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에는 진심일지 몰라도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마구 찔러댔다. 그런 것을 경험할 때 나는 처음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욕하는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나는 예수는 죄가 없고, 예수를 믿는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뇌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험에 들 것 같았다. 이번에도 혹시나 그런 마음이 들까 봐 걱정이 앞섰다. 믿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고 따뜻한 정을 느꼈던 팀에서 발령을 받았던 터라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갈림길. 이번에는 갈 수 있는 길이 하나여서 고민할 권리도 없었다. 회사의 명령이니 근로자는 순응할 수밖에.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어코, 5월 1일 자로 발령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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