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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갈림길

갈림길의 은혜 시리즈(5)

by 딘도

우리 찬양팀 이름은 [위드워십(with worship)]이다. 주제 말씀은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 4장 12절)”이다. 하나님을 계속 찬양하는 기쁨을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모두에게 부어주신 덕분에 일사천리로 찬양팀이 결성되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 저녁 5시 30분에 회사 건물 3층에 있는 강당에서 찬양 기도회를 연다. 기도회 준비를 위해 거의 매일 점심시간마다 모여서 연습한다. 신우회 회비로 전자드럼을 사고, 외부 직원이지만 동료처럼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오신 전산 담당 과장님의 장비 후원으로 음향 시설을 갖췄다. 과장님이 교회 방송부에서 음향을 담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하나님의 예비하심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장비가 늘어나는 동안 구성원도 많이 늘었다. 우선 친한 동갑내기 대리님이 수련회 때 건반에 관심을 보였던 것이 기억나 반주자로 영입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드럼을 맡았다. 중고등부 시절 반주자가 세워져서 드럼을 익혀두었던 경험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쓰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싱어를 추가로 영입하고 마음을 다하여 매주 기도회를 드렸다.




찬양팀이 결성되자 소식을 들은 직원들이 함께하기 시작했다. 모든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뿐만 아니라 화음을 넣은 찬양에 심지어 인도까지 잘하는 젊은 직원의 합류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건반, 드럼, 기타, 베이스, 싱어가 골고루 있는 일곱 명의 어엿한 찬양팀이 되었다. 아직은 기도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찬양팀원의 숫자를 넘지 못하지만 우리는 꾸준히 기도회를 열고 회사에 찬양을 흘려보내고 있다.


강당 뒤편에 쓸모없이 버려져 있던 공간이 이제는 따뜻한 찬양으로 채워지는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모여 주님을 찬양한다. 자연스럽게 믿지 않는 직원들도 우리의 찬양을 듣는다. 신앙이 없는 호랑이 본부장님도 찬양을 흥얼거리며 ‘노래 잘하더라’라고 칭찬하신다. 그런 분들을 뵐 때면 문밖에 서서 끊임없이 두드리시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 우리의 찬양이 지름길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우리의 비전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연말에는 대구·경북지역 계열사에 다니는 믿음의 동료들과 함께 드리는 연합예배가 계획되어 있다. 나중에는 대구에 있는 다른 회사 신우회와 함께 연합하여 드리는 예배를 기획하여 믿음의 교류를 확장하려고 한다. 거룩하게 구별된 회사 생활을 결단하고 입사했던 ‘한 때 뜨거웠던’ 회사원들이 ‘지금도 뜨겁게’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예배가 되기를 소원하며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갈림길을 주신다. 그리고 절대 강요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시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길’을 고르면 거의 실패가 없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누구보다 가장 기뻐하시는 분은 우리를 자녀로 부르신 하나님이시다.


올해도 주님께서 많은 갈림길을 보여주셨다. 과연 그때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을 선택했는지 돌아본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날마다 갈림길 위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온 갈림길을 되돌아보니 내가 하나님 편을 택할 때마다 주님은 내게 더욱 큰 은혜로 되갚아주셨다. ‘Yes’ 뒤에 돌아오는 은혜를 세어보면 오히려 하나님을 선택하지 않는 게 손해였다.




어느 점심시간, 여느 때처럼 연습을 마치고 나니 리더 과장님께서 비장한 눈빛으로 팀원들을 둘러본다. 그리곤 어렵게 운을 떼며 하는 말.


“정년 퇴임식 때, 퇴직자를 축복하는 찬양을 불러드리면 어떨까요?”


아, 하나님의 부르심은 끝이 없다. 뒷줄에 앉아 박수만 쳤던 퇴임식에서 앞에 나서는 것도 처음인데 믿지 않는 직원들 앞에서 부르는 찬양이라니. 그런데 어떻게 아셨을까? 나도 그런 마음을 슬며시 품었던 것을. 마음에 먼저 소원을 주시고 내가 감당할 만한 때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자상한 이끄심에 오늘도 항복이다.


“좋아요. 당연히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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