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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도 Oct 28. 2023

당신은 나를 돌보고 있나요?

새벽에 나를 뒷바라지합니다

토요일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다섯 시에 알람이 울렸다.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습관처럼 알람을 껐다. 얼마간 눈을 감고 있다 보면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다섯 시 반. 그마저도 꺼버리고 다시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떠보니 10분 정도가 지나있다. 나가자. 몸을 일으킬 때가 되었다.


방에서 나와 어두운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간다. 창문을 열어 그날의 기상 인증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에 담기는 바깥 풍경이 제법 마음에 든다. 아직 어두운 아파트 단지 건물들 사이로 새벽하늘의 어슴푸레한 색이 번진다. 새벽공기가 시원하다 못해 차가워졌다. 겨울이 오고 있고,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한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와서 방 한쪽에 놓인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파트 단톡방에 나눔을 한다고 올라와서 잽싸게 얻어 온 물건이다. 책상이 생기고 나는 온 우주를 얻었다. 집에 원래 있던 책상 의자와 스탠드를 놓고 필요한 물건들을 간단하게 구비하니 '내 자리'가 생겼다.


이곳에서 나는 날마다 나를 돌본다. 모두가 잠든 새벽. 이 시간이 나를 유일하게 뒷바라지하는 시간이다. 낮에는 출근을 하고, 아이와 가정을 돌보느라 소홀했던 내가 여기서는 주인공이 된다. 아침마다 책상에 앉아 큐티를 하고, 책을 읽고, 때로는 글을 쓰고, 종종 행복한 꿈을 꾼다. 잠을 포기하고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서 만들어 낸 이 시간이 내게는 오히려 하루를 살아갈 힘을 충전하는 시간이다.


온몸에 힘을 빼고 누워 하루의 피로를 풀어버리는 침대도, 도란도란 둘러앉아 맛있는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식탁도, '엄마! 우리 애기 왔어!' 외치며 환한 웃음으로 달려오는 아이가 있는 현관도 좋지만, 나는 별 것 없는 내 책상이 우리 집에서 제일 좋다. 아이도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가 옆에 없으면 이곳으로 와서 나를 찾는다. 내 자리. 나를 돌보는 자리. 나를 뒷바라지하는 이 시간과 이 자리가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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