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상에 처음 도전하다(4)
길을 나선 남편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주머니에는 작은 상자가 있었다. 샤오미 미밴드 5. 가성비가 워낙 좋아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제품이었다. 상자를 열고 제품을 꺼냈다. 흠집 하나 없는 새 제품이었다.
시계를 꺼내 손목에 차 보았다. 나 따위에게 3만 원을 투자하다니. 별 것 아닌 돈이지만 가치 없는 나를 위해 큰맘 먹고 소비를 했으니 아웃풋을 내야 한다는 다짐이 생겼다. 때마침 고르고 고른 다이어리를 역시 당근마켓에서 뒤져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둔 터였다.
다음날부터 스마트워치와 친해지기 위한 소소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필요한 앱을 깔고, 가입을 하고, 기기를 연결했다. 미밴드가 처음 나왔을 때도 구매를 했었는데, 그때는 핸드폰과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다. 게다가 얼마 쓰지도 않아서 고장까지 났었다.
이번에는 오래 쓸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탐색해 갔다. 문자, 카톡, 전화가 온 것도 스마트워치로 알림을 받을 수 있고, 알람시계 기능은 물론이고 걸음수,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 등을 체크할 수도 있었다. 오! 생각보다 물건이다!
내가 미밴드를 구매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긋지긋한 올빼미 생활을 청산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다짐한 것이다. 유명한 올빼미가 처음으로 새벽에 일어나보기 위해 검색을 거듭하니 많은 기발한 제품이 나왔다. 시간이 되면 우렁찬 알람과 함께 밝은 빛을 뿜어내는 알람시계가 그중 가장 신박했다. 그 정도의 자극이라면 새벽에 깊은 잠을 자는 나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함께 자고 있는 딸내미까지 깨버리면 큰일이다. 나는 깊은 어둠을 깨고 벌떡 일어날 수 있고, 아직 수면독립을 하지 못한 아이는 깊이 잠들 수 있는 방법. 소리가 나는 알람은 불가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손목에 진동을 주는 스마트워치를 써보기로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내 원대한 계획을 들은 남편이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야, 니 같은 잠만보가 그 칸다고 깨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