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필체를 찾아서 베끼고 베끼기
스스로 악필이되, 악필임이 부끄러운 사람은 반드시 글씨 쓰는 연습을 해야한다. 일부러 지렁이체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자신의 개성이 담뿍 묻어나는 멋진 필체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글씨가 바뀌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쓰는 게 즐거워지면 그만큼 더 생각하게 되고 보다 의미있는 것을 적으려는 노력으로 삶이 윤택해진다. 빼곡한 글씨로 채워진 다이어리가 소중한 재산이 되고 메모는 멋진 취미로 바뀐다. 게다가 필기는 어느 순간 경쾌해지고 노트는 자주 들여다 보고픈 존재가 되어 공부가 절로 하고 싶어진다.
악필탈출은 결코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매일 꾸준히 글씨 쓰기를 연습하면 반드시 수십년간 쓴 글씨도 바뀌게 되어 있다. ‘십년간 쓴 글씨 십일이면 바꿀 수 있다’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얼만큼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는 부분이다. 내 경험과 생각으로는 워드타자를 익히는 수준의 연습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처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를 생각해보라. ‘과연 내가 남들처럼 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이렇게 자유롭게 타이핑를 치고 있지 않은가. 믿음이 기적을 낳을 것이다.
그럼 오늘 당장 글씨 교본을 사서 ‘나라사랑 자연보호’를 써볼까나. 마음은 가상하지만 내의견은 약간 다르다. 정자교본을 가지고 명조체인지 궁서체인지를 따라쓰다 보면 금세 질리고 말 것이다. 시간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결국 이 작업을 포기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여기에 나의 팁이 있다. 글씨를 제대로 쓰려면 교본을 가지고 쓰는 것이 맞겠지만 나는 자신이 가장 흉내내고 싶은 글씨를 옮겨쓰라고 제안하고 싶다. 주변에서 누군가의 글씨를 봤는데 정말 멋진 글씨라고 감탄한 적이 있는가. 당장 그 사람의 노트를 빌려다가 복사를 하고 베껴쓰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 사람이 ‘ㅎ’을 쓰는 방식으로 ‘ㅎ’을 쓰고, ‘ㅁ’을 쓰는 방식으로 ‘ㅁ’을 쓰다보면 서서히 비슷해 지게 될 것이다.
아마 100% 똑같은 글씨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에서 베껴쓰기는 그만두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는 특별히 연습을 하기 위한 글씨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평범한 글쓰기가 자신만의 글씨를 가다듬어 나가는 연습이 된다. 즉 시간이 지날 수록 자연스럽게 자신의 독특한 글씨체가 나타나게 되는 것. 수년이 지나면서 글씨는 더욱 세련되게 바뀔 것이고 하나의 글씨체가 아닌 다양한 글씨체를 가질 수 있다. 그 수준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당당한 개성체 하나는 든든하게 가지게 될 것이 틀림없다. 내 경우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