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아 숨쉬는 그녀 Aug 24. 2019

칭다오,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

실크로드를 찾아서 02

“언니, 큰일 났어. 나는 지금 홍콩에 있어. 가족여행 중이라고. 언니가 21일에 도착한다고 했잖아.”     


아, 내가 큰 실수를 했다. 며칠 전에 중국인 친구 정청에게 칭다오에 21일에 도착하여 24일에 시안으로 출발한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처음에는 17일에서 21일까지 칭다오에 머물 계획이라고 맞게 전했는데, 정청에게 시안의 화청지에서 공연하는 ‘장한몽’ 관람 예약을 부탁하면서 시안 일정과 칭다오 일정이 헷갈려 칭다오에 21일에서 24일까지 머문다고 한 것이다.       


정청과 통화한 시간은 아침 8시. 칭다오로 출발하는 항공편은 11시 5분. 9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해서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칭다오에서는 정청의 집에 머물면서 느긋하게 보낼 예정이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차질이 생긴 것이다. 공항으로 출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 그 안에 숙소를 예약해야 했다. 다행히 숙소를 한 곳 찾았는데 남녀 혼용 도미토리이다. 다소 불편하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평점이 9점대가 넘으니 괜찮은 숙소일 것이라 생각하며 공항으로 출발했다.        


11시 5분 출발, 11시 55분 도착이라고 해서 ‘부산 – 칭다오’는 50분 거리인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총 1시간 30분 비행거리. 칭다오 공항에 도착할 무렵 폭우가 쏟아져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하늘에서 20분을 대기해야 했다. 기류가 나쁘지는 않아서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괜찮다. 하늘에서 본 칭다오는 정말 예뻤는데, 바다와 산, 도시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칭다오 공항에 착륙했을 때에는 비가 그쳐 있었다.     

세관 수속을 기다리면서 광주에서 여행 온 아저씨들을 만났다. 친구들끼리 골프여행을 온 사람들이었는데, 중국 여행을 몇 번 한 듯 익숙했다. 나는 1997년의 중국 여행 이후 첫 방문이라 다소 긴장한 상태였는데, 수속을 기다리며 그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혼자 여행 온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시안, 시안, 시안. 시안으로 환승하는 사람 없어요?”     


아, 다행이다. 조금씩, 정말 조금씩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중국어를 공부한 효력이 나타났다. 입국 수속을 받은 후 두 가지를 해내야 했다. 첫째는 유심 구입하기. 공항 직원에게 유심 판매처를 물어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다음은 공항버스 타기. 칭다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는 두 가지가 있다. 701번과 702번. 내가 예약한 숙소로 가려면 702번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 티켓을 구입한 다음 버스를 타야 했는데, 정청이 선물한 위챗 페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의 QR코드로 지불한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버스표 구입 성공. 스마트폰의 QR코드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표를 사는 것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우선은 표 구입에 성공했다. 2번 게이트에서 702번 버스 승차.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시립병원(市立病院) 정거장. ‘스리위엔’이라고 중국어로 정차역을 말하자, 운전사 아저씨가 웃으면서 내 발음을 바로잡아 준다. ‘쓰으..리 위엔. ’ 차 안에는 노선도가 없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도 몰라서 난감했다. 차 안에는 외국인이라고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시내버스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지고 없는 버스표 검사원이 있었다. 검사원에게 시립병원 앞에서 꼭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 되니 VPN을 다운로드하여야 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다운로드하여왔는데도 구글맵, 카톡, 페이스북은 모두 작동이 안 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위챗과 중국 지도 ‘바이두’뿐이다. 바이두는 우리의 네이버 지도나 구글맵 같은 것이다. 며칠 전에 중국 친구 지아가 중국 지도 앱 ‘바이두’를 깔아준 게 생각나서 실행시켜 보았다. 실행은 되지만, 온통 중국어 간체라서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중국에서는 길을 찾으려면 바이두와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 계속 살펴본다.      


드디어 시립병원 앞. 다행히 ‘市立病院쓰이리위웬’이라는 방송을 나도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친절하게 알려주시기도 했다. 짐칸에서 짐을 꺼내 주시는 아저씨께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아저씨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비친다.      

다음은 숙소 찾기.      



“시립병원에서 내려, 지하도로 직진하여 우회전해서 가다가 다시 우회전...”     


호스텔의 안내대로 숙소를 찾으려고 했는데 어렵다. 지하도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좁은 지하상가만 보인다. 고민이 되었다. 주변에 아저씨께 물어보니 지하도로 가면 안 되고 계속 가야 한다고 한다. 숙소의 안내와 현지인의 안내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어떤 말을 따라야 할지 고민된다. 아저씨께 미안하지만 지하도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참으로 난감하다. 길이 뚝 끊어져서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다시 길 묻기 도전. 한 아가씨에게 물었더니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바이두를 살펴본다. 나도 휴대폰을 꺼내 바이두를 실행했다. 아가씨에게 내 바이두에 중국어로 숙소를 입력해서 검색해달라고 부탁했다. 길 찾기가 좀 애매한지 아가씨는 결국 자기 갈 길을 포기하고 직접 숙소를 안내해주기 시작한다.     


“왜, 택시를 안 탔어요? 택시 타면 쉬운데.”

“아, 네. 호스텔에서 시립병원 앞에 내려서 걸어오면 된다고 해서... 가까운 줄 알았어요... 미안해요. 안 바쁘세요?”

“아, 저는 병원에 가던 길이었어요.”

“시립병원 간호사세요?”

“아니요. 누가 입원해 있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땀을 뻘뻘 흘리며 아가씨는 숙소를 찾았고, 아가씨는 숙소의 리셉션에 나를 인계해주고 시립병원으로 총총 떠나갔다. 정말 고마운 아가씨였다. 숙소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좋다. 하룻밤에 15,000원 정도. 8인 도미토리룸. 내가 묵을 방에 들어가 보니 뉴욕에서 왔다는 ‘아폴로’라는 이름을 가진, 아저씨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중국에 6개월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는 나를 위해, 처음 보는 나에게 에너지 음료를 한 병 건넨다. 고맙다.      


간단히 짐을 정리해 놓고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리셉션의 아가씨에게 현지인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꼬치 집을 소개해준다. 내가 갈 식당을 바이두에 등록해달라고 부탁했다. 숙소에서부터 바이두를 내비게이션처럼 실행시켜 따라 걸었다. 다행히 식당을 쉽게 찾았다.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정말 저렴하다. 그런데 메뉴판을 읽을 수가 없다. 온통 중국어 간체로 쓰여 있어서 무슨 요리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중국 친구 지아 찬스를 쓰기로 했다. 메뉴를 사진으로 찍어서 지아에게 보냈다.     

 


“지아, 이게 무슨 요리인지 알 수가 없어. 요리 종류 좀 가르쳐줘.”

“그건 배추목이버섯볶음이고요. 그건 볶음밥 종류, 면 종류, 만두 종류....”     


정말 편리한 세상이다. 내가 보낸 메뉴판의 내용을 척척 가르쳐 준다. 배추목이버섯탕과 꼬치구이 두 개를 시켰는데, 배추목이버섯탕을 본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도저히 배가 불러서 다 먹을 수가 없는 양이었다. 다른 요리들도 먹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또 와서 먹어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은 지나있었고, 저녁 시간은 아직 먹어서 나는 한적하게 여유 있게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엄마, 아빠, 딸 등 가족이 운영하는 듯 부지런히 꼬치를 만들며 저녁 장사 준비 중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칭다오의 관광 포인트 잔교로 향했다. 지나는 사람에게 잔교 가는 방향을 물었더니 쭉 가라고 한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지나가는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바이두는 없어요? 바이두?”     

그렇지. 바이두가 필요하지. 내 스마트폰을 꺼내니 잔교 주소를 바이두에 바로 입력해준다. 정말 편리하다. ‘바이두’는 중국 여행의 필수품이어서 그게 없으면 절대로 안 될 것 같다.      


친절한 운전사와 길을 안내해 준 아가씨, 땀 흘리는 나를 위해 음료수를 건넨 숙소의 여행자, 리셉션의 아가씨, 식당 주인, 길에서 만난 학생... 칭다오에서는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 도착 첫날부터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칭다오. 잔교로 향하는 내 발걸음에도 미소가 전염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의 쉼표,  나로 사는 즐거운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