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돼.

엄마의 편지 04 (1)

by 살아 숨쉬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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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코스.

피레네를 무사히 넘었구나. 대견하다.

카톡으로 보낸 글에 흥분해 있는 네 모습까지도 실려 오는 것 같더라. 지난번에 본 영화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는 안개가 가득 쌓인 산길을 주인공이 힘겹게 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양 떼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네 사진을 보며 내가 생각하던 피레네가 아닌 것도 같았어. 피레네는 내게 거칠고 장엄한 자연으로 각인되어 있거든. 그래도 산장 앞에 누워 쉬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든 코스라는 생각도 했지.


짐을 보내고 가뿐히 걸으며 후회했을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는 그런 아이였지. 뭐든 네가 생각하는 기준에 완벽하게 도전해야 하는 것. 예를 들면 조별 과제를 할 때도 네가 가진 에너지를 몽땅 써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만족하는 아이였지. 그래서 때로는 네가 가진 에너지를 다 써버려 다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


산들아. 때로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아껴야 할 때가 있어. 다음을 위한 준비인 거지. 물론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삶에도 균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 산티아고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지쳐서야 되겠니. 힘을 아껴가며 오래오래 잘 걸을 수 있도록 하자.


어쩌면 그런 네 모습이 내게서 시작된 것도 같아 미안하다. 처음에 산티아고 길이 800km라고 했을 때 느낌이 제대로 오지 않았어. 800km를 30일에 걷는다고 하니 평균적으로 하루에 20km를 훨씬 넘게 걸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더구나. 예전에 너랑 같이 금정산 산성을 종주할 때가 떠올랐어.


네가 4학년 때. 그때 엄마는 참으로 무모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욕심으로 엄마의 산행팀인 파르티잔에서 금정산성 둘레길을 하루에 종주한다고 했을 때 너를 데려 갔으니까. 그때 우리가 18.8km를 걸었잖아. 아침 8시 30분에 만나서 하루 온종일 걸었는데, 마지막에 북문에서 동문까지를 남겨놓고 네가 힘들어서 막 울었잖아. 그때 엄마가 너에게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렇게 중간에 뭔가를 포기하게 되면 다음에도 그럴 거라고. 나중에라도 뭔가를 포기하고 싶을 때는 이 길을 생각하라고 했지. 그래서 네가 울면서 그 길을 걸었잖아. 20km라는 게 그 느낌으로 오더라고.


엄마는 또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다. 우리가 보내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내가 잘못한 일이 참으로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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