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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아스텔라meastella Jul 11. 2018

서양미술로 보는 그리스 신화 11

아폴로와 다프네-

아모르의 장난-어긋난 사랑


누구에게나 운명적인 사랑은 있다. 그러나 나에겐 운명적인 사랑이 다른 이에겐 잘못된 사랑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 슬프고도 애절한 사랑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시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운명의 복'을 받은 것이리라.


그러나 이 '운명의 복'은 누구에게나 오지는 않는다. 인간의 손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 운명에 누군가 꼭 장난을 쳐서 얽히고설키게 만든다. 만약 이 아모르가 장난을 친다면, 신들조차도 그의 장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하루는 델피 섬에서 거대한 뱀 퓌톤을 없앤 뒤 자만심에 가득 찼던 아폴로가 지나가던 꼬마 아모르를 보고는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야! 이 꼬마야, 화살은 나처럼 진짜 사나이들이 쓰는 물건이지, 너처럼 조그만 꼬마가 가지고 다릴 물건이 아냐! 그러니까 아서라~"



 이 말에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난 아모르는 복수를 맹세한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누구든지 맞는 순간 처음 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화살은 아폴로에게, 그 반대로 맞는 순간 상대에게 겁을 먹고 그로부터 모조건 도망 가게 하는 끝이 뭉툭한 화살은 요정 다프네에게 쏘았다.

화살을 맞는 순간 다프네를 보게 된 아폴로는 끝없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였고, 자신을 피하는 다프네를 계속 쫓았다. 두려움에 떨며 아폴로에게서 무조건 도망치던 다프네는 급기야 그녀의 아버지에게 구해달라며 애원한다. 그러자 아폴로가 그녀를 잡으려는 순간 다프네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월계수 나무로 변해버렸다. 아모르의 복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헤어나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아폴로는 월계수 나무로 변해 버린 다프네를 안고 슬픔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언제나 간직하기 위한 표시로 월계수 관을 만들어 머리에 꽂았다. 이때부터 월계수는 아폴로에게 바쳐졌다.


 

아폴로와 다프네



구글에서 퍼온 이미지


죠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아폴로와 다프네>, 1622-23, 대리석, 높이 234 cm, 보르게제 미술관, 로마 


 

위의 작품은 아폴로가 다프네에게 손을 데자 월계수로 변하는 순간을 나타낸 것이다. 다프네의 손 발에서는 지금 나뭇가지들이 자라 뻗어 나오고 있다. 몸은 점점 나뭇 껍질도 덮여가고 있으며 두 발은 뿌리로 박히고 있다. 그녀의 뻗은 두 팔과 얼굴 표정을 통해 당시의 절박함을 느낄 수가 있다.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나무로 딱딱하게 변해가는 고통을 나타낸 것일까? 아님, 아폴로에게 잡혔을 당시의 두려움을 나타낸 것일까? 조각가 베르니니는 뭐라고 답할까?


베르니니가 오비드의 작품 <메타모르포제>의 첫 번째 책에서 이 주제를 선택할 때 그는 아폴로가 다프네를 잡는 순간, 그리고 이때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했다. 이 이야기의 결정적인 순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열정적으로 크게 움직이던 모든 동작들이 한순간에 멈춰져 있다. 달려오던 아폴로의 한쪽 다리가 공중에 멈춰졌고 그녀를 바라보는 얼굴 표정이 멈춰졌으며 그녀를 잡으려던 오른손이 공중에 멈춰져 있다.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다프네의 얼굴 표정이 멈춰졌고 그녀의 온몸을 감싸던 나무껍질들의 움직임이 멈춰졌으며 바로 조금 전까지 그녀의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자라나던 나뭇가지들의 움직임도 멈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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