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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 Jan 18. 2021

어둠 속 작은 불빛

팬데믹 이후의 삶을 기록하다.

내가 사는 이곳, 미국의 아이오와주는 날씨의 변덕이 심하다. 어제의 화창함은 온데간데없이 갑작스러운 비바람은 짙은 어둠으로 방안을 삼 겼다. 특히 사방에 깔린 멋진 나무들은 태풍이 있는 날에는 우리를 위협할 수가 있다. 가벼운 나뭇가지들은 날라서 잘못할 경우 창문이 깨지거나 지붕들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 우리에게 찾아온 태풍은 1시간 만에 우리 동네의 전기를 끊고 방안의 가득한 어둠을  주었다. 사실 이러한 경우에는 지하실을 갖고 있는 집은 그곳으로 안전하게 대피해야 한다. 우리 집 밑에도 대피가 가능한 지하실이 있지만 짙은 어둠을 밝힐만한 작은 촛불 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뭐가 신이 났는지 그 어둠 속에서 꺌꺌 대며 신이 나서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나는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간식으로 아이들을 꼬셔서 깜깜한 구석에서 모여서 옹기종기 과자를 먹었다.  전기가 없는 삶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는 처음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냉기 가득했던 냉장고는 온도가 점차 올라가고 가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불이 붙는 점화 부분이 전기여서 불이 붙지 않았다.


미국은 주거의 형태로 하우스와 아파트로 크게 나뉜다. 하우스라 불리는 곳은 미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큰집이다. 아파트라 불리는 주거형태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다. 도시에 가면 서울과 같은 다층으로 된 아파트들도 있겠지만 미국의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2층 또는 3층으로 되어있다. 미국의 건물들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졌는데 그래서 아파트들은 전기스토브로 음식을 해야 한다. 전기가 없는 이틀 동안 아파트에 사는 많은 친구들이 밥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전기가 없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많은 느낄 수 있는 이틀이었다.


무섭게 불어 닥친 태풍은 그렇게 하루하고 반나절 동안 전기 없는 삶을 살게 하였다. 가까스로 작은 초를 하나 발견하였다. 얼마나 방이 어두웠던지 그 작은 초가 우리 집에 가득하게 밝혀주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지내다 보니 저 작은 불빛이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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