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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 Nov 19. 2019

일, 사랑, 몸

20대 때는 열심히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소위 말해하면 될 줄 알았다.

열심히 하는 게 다라고 생각하고 악착같이 공부하고 악착같이 일했다.

일하면 인정도 받고, 사랑도 따라오고, 몸무게 숫자도 달라지게 되었으니 몸도 내 마음대로 뜻대로

될 줄 알았다.

그게 오만이었다.


30대가 되니까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일에선 사업장이 없어지고, 정규직인 줄 알았는데 무기계약직이었고 그것도 소용없고 그저 계약서에는 계약직이었다.

사랑에서는 항상 외로웠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20대 때 탄탄했던 몸은 온데간데없고 살덩어리만 남아서 그것도 피부 발진으로 불긋불긋한 몸 동아리만 있었다.

일도 사랑도, 몸 동아리 조차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더 열심히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도와주는 주변 지인들은 많았으나, 나의 상사는 나를 돕지 않고 나를 죽이는 데 일조했다.


삶이 망망대해에 있는 한쪽의 배처럼 보이지 않았다.

저 수평선 너머로 무엇이 있을지 모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삶이랴.

너무 힘이 들고 아프지만 다른 이에게 호소해보지만 그들의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눈앞은 캄캄하고 가슴은 답답하며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럴 때인 가 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여행을 좀 다녀와야겠다.

제주도로 힐링하러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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