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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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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 Jan 04. 2020

제주 04

(feat. 제주의 향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제주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내일이 떠나는 날이라 마지막이지만, 실제적으로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몸을 일으킨 뒤 오늘은 함덕해수욕장을 가기로 했다.

차가 오는 시간에 맞춰 나간 뒤 차에 몸을 실었다.

1시간 20분이 걸렸고 함덕해수욕장에 내렸다.

바다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겨울바다는 차가움을 가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나의 살아온 이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파노라마처럼 미워하는 사람, 좋아했던 사람, 떠났던 사람들이 수르륵

스쳐 지나갔다.

모두들 스쳐 지나간다고 생각했다.

나의 삶과 생은 짧고 덧없다고도 생각했다.


겨울 바다를 응시했다.

바다는 말이 없었다.


나는 배가 고팠고 오드랑 베이커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유명하다 던 마농 바게트를 들었다.

자리에 앉아서 먹으려고 하는데 자리가 없었다.

머릿속을 굴려서 이 마농 바게트를 들고 다른 카페에 가서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포장을 하고 난 뒤 다른 카페에 가서 양해를 구한 뒤에 마농 바게트를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내 집 주변에 있는 마늘 바게트와 맛은 별반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가격은 집 주변 마늘 바게트가 쌌다.

그럼에도 맛있게 먹었으면 된다는 생각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난 뒤 서우봉에 올랐다.

둘레길을 걸으며 진지동굴도 가보고 정상도 가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장면 하나, 하나가 내 눈에 담겼고 너무 행복했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것보다 오히려 자연이 주는 힐링이 더 컸다.

그러면서 서우봉에서 첫 번째 날 만났던 그분이 알려주던 냄새가 났다.

바다 짠내가 바람을 타고 소나무 향에 베던 그 냄새 말이다.

그 냄새를 맡으며 이제야 제주를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항상 떠나게 되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그 향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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