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왕십리역에서 내려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는데,
분식집에서 정장입은 사내 둘이 김밥과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내 에어팟에서는 드뷔시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나는 퍽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껏 애쓰고 있는 게 분식집에 앉아있는 정장 입은 모습이라니!
물론 정장입은 사내들,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욕할 생각은 없다.
헌데, 내가 추구하고 바라고 있는 게 딱 저만큼의 안정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뭘 꿈꾸고 있는 것일까.
지속 가능한 일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저 유리 넘어서 분식집 안에 있는 정장 입은 사내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