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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 Feb 25. 2020

#2월 25일의 기분

오늘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회사 면접을 보고 왔다. 

떨리기도 했지만 나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에서, 

내가 보여줄 것은 다 보고 나왔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지점은, 

아르바이생 관리에 있어서 

리더쉽을 어떻게 보여줬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게 

나는 아르바이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점을 인정했어야했는데, 

당황스러워서 인정하지 못하고 

그저 지나쳐버렸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면접관이 상황을 정리하긴 했지만 

순간 툭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면접이 다 끝나고 나서 길을 걸으면서 

계속 면접이 망했다고 생각했고, 

고대하던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순간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는데, 

취직을 하게 되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취직은 곧 시작을 의미하며 

나는 또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또다른 의미에서의 시작이자 

동시에 취업준비생으로의 끝이었다. 


시작이자 끝인 그 취직을 가기 위한 

면접 자리에서 실패한다하더라도 

그것도 또한 끝이 아니기에 

그리 내가 집착할 것이 아니었다. 


모든 건 집착으로부터 발생되며, 

그것이 아니면 끝일것이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돈다. 


사실상 그것이 아니면 끝이 아니며, 

끝난 것도, 끝낼 것도 없다. 


모든걸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나'만 있을 뿐이다. 


면접에 성공하면 성공이고 실패하면 실패라는 

나의 무지와 이기심에서 기초할 뿐 

그것은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그저 난 한 과정을 넘었을 뿐이다. 


과정의 연속선상에서 있을 뿐이다. 


이번일만 성공하지 못하면 

끝이 날 것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내면 속의 불안함과 두려움의 발현이다.


그래서 환기를 시켜줘야한다. 


그것이 실패한다하더라도 끝이 아님을.

나에게 끝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지하철이 지상역을 지나칠 때 

저 멀리 하늘에서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비는 그치고 난 뒤였다. 


비가 그치고 나면 항상 

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저 멀리 고개를 내민 해를 통해서

난 비가 오면 땅이 단단해지고 

해가 뜬다는 것을 알았다. 


미래는 한치앞도 모르는 망망대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끝도 없는 어둠만이 아니라, 

빛도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그리고 어둠만이 나쁘고 

빛만이 선한 것이 아니라 

어둠과 빛은 공존하며 

성공이 성공이 아니고, 

실패가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안다. 


그 믿음 안에서는 

우리는 그저 살아갈 뿐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 존재는 면접이라는 한 과정을 거쳤을 뿐이다. 


마음은 우울하고 울적하겠지만, 

그것 또한 순간일 뿐 지나가고 

지나가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바다임으로,라는 말을 상기시키며 

달듯 아니면 쓴듯 폼 콜드브루를 

빨대로 들이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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