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제 1 세계의 기계

by 도요

설계도 안에서 내가 아바타가 된 채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사라져버리고

나의 육체가 스스로 움직여

일하는 느낌이 들어요.

나는 무엇일까요.

반복적인 일에 파묻혀

나 자신의 색깔은 어디로 갔을까요.


남이 짜여놓은 장기판의 말이 되어 본 느낌이 있나요?

일하는 느낌이 꼭 그렇지 않아요?

내가 내 판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남이 만들어놓은 판에 내가 손님이 아닌

검투사로 상대방을 찔러야만 끝나는 게임

게임 속에 가고 싶지 않은데

가지 않으면 나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고 해요.

숨통은 나의 경제예요.

내 경제권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할 수 없어요.

내 선택이니까 책임을 져야죠.


난 욕하면서도 꾸역꾸역

삶을 버티어내겠죠.


누군가가 내게 말했죠.

나한테 삶을 즐기라고.


난 꿈이 없어요.

당신들은 가고 싶은 방향이 있지만

나는 그 방향이 없어요.

아니, 방향이 뭔지 몰라요.

내가 알아야 하나요.

꼭 꿈이 있어야 하나요.

왜 강요하죠.


난 삶을 즐기지 못해요.

버텨낼 뿐이에요.


버티는 삶.

저도 싫어요.

근데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슬프다면 슬픈 건데

이젠 화가 나지도 슬프지도 않아요.


현실이 이런 걸

제가 뭐.

어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