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by 도요

아주 가끔 네 모습이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 가곤 한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너를 지워버리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강렬해지는 너와의 키스, 손짓, 그리고 몸


네가 떠났을 때를 생각해본다.

너는 내가 밉다고 했었고 이렇게까지 상처를 받을지는 모른다고 말했었다.

나도 너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난 나였고 넌 너였다.

우리의 언어는 달랐다.

나의 언어와 너의 언어.

아, 세계가 달랐던 것 같다.

너만의 세계, 그리고 나만의 세계.

세계와 세계는 충돌했고 부딪쳤다.


지구 판이 서로 충돌해버린 것처럼 우린 서로에게 등을 보이며 충돌했다.


바닥이었다.

당신과 내가 싸우면서 내려간 자리.

헌데 지금은 당신과 내가 싸우던 그 야속한 시간이 그립다.

아니, 화를 내고 나를 미워하던 당신이 그립다.


난 당신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였다.

그러니 당신에게 내가 준 사랑은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후회는 되지 않는다.

내가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했으니까.

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너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그게 우리의 출발점이자 끝 지점이었다.

서로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알아간다고 했지만

다르기 때문에 헤어졌다. 보기 미워졌다. 보기 무서워졌다.

너에게 튀어나올 말이 사실상 나의 말로 채워져 있어서

'너'가 '나'로 변해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니까.

다른 세계가 같은 세계가 되는 과정이 솔직히 싫었다.

너와 나는 다른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사로잡혀있었다.


어쨌든 다시 만나지 않을 정도의 아픔만을 남긴 채 서로는 갈길을 걸었다.


난,

네가 보고 싶지만 한 편으로 무섭다.

다시 만날 네 모습이 또 다른 한편으로 무섭다.


그러니까 그대여.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좋은 추억, 나쁜 추억 다 가슴에 묻었다.

사랑이라는 말로 오글거리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옛 사진을 꺼내봐야 추억이 된다.

추억이 현실로 다가올 때 감당할 수 없다.


비겁하다 욕해도 좋다.

그게 네가 알던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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