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을 지나가다 문득,
'겹'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면과 면, 선과 선이 거듭하여 포개진 상태. 또는 그 켜." 이런 뜻을 가지고 있는 '겹'에게서 내 인생에 포개진 면과 선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들.
내 겹을 벗겨내고 네 진짜 속 알맹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좋았다가 점점 무서워졌다가 마지막엔 외로웠다.
내 겹을 벗겨내고 내 발가벗어진 몸둥이를 온전히 내놓는 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았다.
어른들은 솔직하게 못한 게 아니라
'겹'을 거쳐 지나온 생각 속에서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온 것임을
알았다.
밉다.
그냥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