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외로움과 상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외로운 사람을 바라볼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에 관해서였다.
나는 눈빛에서 조차 외로움을 발산하는 선배를 한 명 알고 있다.
그 선배의 농익은 눈망울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패배감, 절망감, 상처, 낮은 자존감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중에 마지막으로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다.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선배의 눈을 보면
나는 어찌할 바를 느끼지 못하겠다.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그 감정의 깊이, 농도를
그냥 바라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한 없이 기운이 빠져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외로운 이를 만났는데
그의 말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그것 때문에
나는 또 하염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기운이 빠져버린다.
하염없이 늘어지는 그의 호흡과 억양과 뉘앙스 같은 것들이 섞여있어서
말을 끊기 전에는 그는 계속 이어 붙인다.
끊으려고 하면 잇고 막으려고 하면 연결시키기도 하고
알고 있다.
그가 집에 가고 싶지 않아한다는 걸.
혼자 집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고 싶지 않다는 그의 절박함과
결국에는 고독과 외로움, 공허함, 허전함, 헛헛함 같은 것들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느끼던 것들이다.
뭐 어쩌겠는 가.
그가 느낀다고 해서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것들인데 그런 것들을 보고 있느냐니
나도 가슴 한 구석 크게 구멍이 뚫려버린 것 같다.
내가 책임지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
그 미안함을 내가 느낀다.
그토록 싫어했으면서도 나는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어제 친구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친구의 병문안에서 어떤 소년을 만났는데,
그 소년은 온몸을 붕대를 감싸고 있었고 휠체어에 타고 있었다.
소년의 엄마와 아빠는 알 수 없는 이와 같이 '폭력에 대한 다양한 용어'들을 논하고 있었다.
그가 희생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은 건 외면할 수 없는 것들이구나.
내가 외면한 모습 뒤에 상처받은 소년이 있었구나.
나의 사람들의 외로움 뒤에는 그 뒤에는 상처가 있었구나.
상처받은 것들은 왜 항상, 왜 항상 외로워야 하나.
그 외로움을 끊임없는 고통으로 끊이지 않는 고리로 계속해서 작동하나.
가슴이 아팠다.
외면할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는 것.
결국 직면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구나.
직면.
바라봐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