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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 Feb 14. 2018

떠나려는 이유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기억나는 말이 있다.

"내가 부탁한 적 있어? 내가 부탁한 적 있느냐고."

부탁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를 돕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은 어긋났고 그는 따져 물었다.

마치 내 탓이라는 듯이 말했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듯,

그가 그 말을 내뱉고 난 뒤 나는 그를 버리고 싶어 졌다.

그를 지우고 싶어 졌다.


내 마음속에서 그를 내보냈다.

차디찬 바람 속에 내 성으로 들어오려는 그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나는 거대한 창으로 내 마음으로 들어오려는 그를 속속들이 죽였다.

내 마음은 닫혔고 거대한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으로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퇴원했어."

네가 퇴원했는지, 안 했는지 이제 나는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없다.

나는 카톡으로 답을 했다.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 나 그냥 혼자 있고 싶어."


나는 이제 그를 떠나보내려 한다.

2018년 겨울, 나는 그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정면으로 직시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고 나에게 원망을 퍼부어댔다.

이제 나는 그의 곁을 떠나려 한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깊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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