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뭐하는 거유?】
평소에 엄마는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는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행동한다. 그런 행동은 출퇴근 때 자주 볼 수 있다. 출근하기 직전 현관에 걸어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입 꼬리를 올렸다가 눈웃음을 쳤다가를 반복한다. 가끔은 블라우스의 두 번째 단추를 잠궜다가 끌렀다가 하면서 속살이 얼마나 보이는지 확인하다가 결정을 내린다.
-사모님, 뭐하는 거유?
내가 물었더니
-무대에 오르기 전 마지막 점검을 하는 거지.
했다. 퇴근하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서도 거울을 한참동안 본다.
-뭐하는 거유?
-이제 제2막이 시작되는 거지.
라고 했다.
심지어 여사님은 집에 와서까지 코르셋을 벗지 않는다. 한번은 거실에서 브라를 벗어 던지면서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코르셋 입고 있으면 안 갑갑해? 집에서는 벗어도 되잖아.
-넌 그게 뭐니, 젖꼭... 유두가 다....긴장을 늦추면 안 돼,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녀는 젖꼭지라는 말을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이 피곤하잖아요. 난 엄마가 너무 그래 보여.
-품위는 스스로 지키는 거지, 다른 사람이 지켜주는 게 아니야. 내 머리 뒷꼭지에 CCTV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해야지. 그렇게 훌러덩 옷 벗는 꼬라...음, 옷 벗는 거 엄마는 참기 힘드네.
여사님의 입에서 꼬라지, 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그놈의 CCTV 때문에 그 단어가 엄마의 목구멍 안으로 쏙 기어들어갔다. (계속)
**8화까지 이어지는 연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