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더 그라믄 니...귓...쑤...후우】
엄마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챠공챠라니? 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었던 여사님은 아저씨에게 말했다.
- 죄송합니다. 문자로 넣어주시면 제가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아저씨는 현관에 서서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저씨의 문자를 받은 엄마는 현관 앞에 선 채로 계좌이체를 했다.
- 변기 고정해놓은 석회에는 물이 닿으면 안 되니 내일 아침까지는 조심하세요.
그러는 사이 아저씨 휴대폰에서 띠릭 하며 신호음이 울렸고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확인 한 아저씨는 문을 열고 나갔다.
엄마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재에 앉더니 어제 읽던 책을 펼쳤다. 책을 읽는 것 같지는 않았다. 똥 퍼내다가 책 읽을 맥락은 아니었으니까. 하기야 똥 푸는데 노트르담 드 빠리를 보는 건 또 어떻고. 잠시 후 엄마는 책 옆에 있던 카드명세표 봉투에 뭔가를 한참동안 끄적였다.
서재에는 여사님 특유의 차가운 기운이 가득 맴돌았다.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여사님이 일어서서 동생 방문을 조용히 열었다.
불길해진 나는 열린 문틈 사이로 동생을 쳐다봤다. 동생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의자 등받이에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앉아서 다리를 떨고 있었다. 여사님은 목구멍 사이로 올라오는 분노를 막대기 같은 걸로 쑤셔 넣듯이 말했다.
-너, 한번만 더 그라믄 확...
동생은 꿈쩍 않고 조금 전 그 자세를 한 채 다리를 떨고 있었다. 여사님은 조용히 동생에게 다가가서는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홱! 뺐다. 동생이 깜짝 놀라며 엄마를 쳐다봤다. 여사님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확! 니...귓...쑤...후우........
엄마는 말을 중간 중간 끊으면서도 몇 번이나 계속할 듯이 하더니 목젖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리고 허리춤에 두 손을 단단히 고정한 채 숨을 깊이 내쉬었다. 내 목젖까지 울울해지는 느낌이었다. (계속)
**8화까지 이어지는 연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