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순간을 그리다
10월 말
가을의 절정에서의 광화문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푹신한 에어소파
양털 같은 구름이 펼쳐진 하늘
책에 몰입한 아이들
주변에서 잔잔하게 들리는 웃음소리
5시부터 들려오는 트렌디한 음악소리
암묵적으로 약속되어 있는 룰에 따라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
개인적인 움직임으로 채워진 너무나도 공적인 공간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다
스케치북 대신 펼쳐든 태블릿
눈앞에 풍경을 패드에 담아 선을 따고
손가락으로 색을 추출해 선을 채우는 작업
그사이 음악은 더 깊어지고
노래하는 사람 뒤로
어울리지 않은 춤에 빠진 금발머리 아기
양털구름이 가득한 가을의 하늘과
궁 뒤로 능선을 뽐내는 아직 푸른 산과
사람들에게 눌려 있으면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잔디
그 하늘과 산, 잔디는 손대지 않고 인공물만 그린 일상의 풍경
잔잔하지만 여유롭게
평범하지만 호사스럽게
일상을 누리는... 그리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