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낮 은행나무 바라보며 유유자적
평일에 매일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휴일도 아닌... 아무 날도 아닌 날 주어신 자유시간은 정말 달콤합니다.
특히 그게 가을이라면요.
달력상 공휴일이 전혀 없는 11월
공식적으로 주어진 공휴일로 넘쳐났던 10월 이후라 그런지 더욱더 여유가 없는데요.
빨간 날 없는 11월에 찾아온 평일의 자유
이 시간을 집에서 뒹굴거리기엔 아까워 일단 밖으로 나왔습니다.
11월인데도 차가운 기운 없이 기분 좋은 선선함이 가득한 한낮입니다.
자리가 널널한 버스를 타고 달려 연남동 뒷켠에 내렸습니다.
낡고 후미진 동네였던 예전을 떠올리며
귀엽고 힙한 가게들을 지나갑니다.
골목골목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지난번에 봐두었던 보세옷 가게에 들어가 옷도 구경하고
아이들과 갔었던 고양이 캐릭터로 가득한 소품샵도 구경합니다.
이제 막 오픈한 곱창과 우동집을 지나 연트럴파크가 있는 큰길까지 나왔습니다.
삼각형 모양의 재미있는 로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한 카페에 들어갑니다.
올여름 지독히도 더운 날
시원한 음료 한잔 마시려고 들어섰다가 손님들로 가득해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던 카페입니다.
평일 낮이라 자리가 여유로워 주문하기 전에 한 층 한 층 구경을 합니다.
일 년 중 며칠 안 되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기온에 카페에 모든 창문을 활짝 열려있습니다.
위로 올라가니 노란 조명을 켜놓은 것처럼 눈앞이 환해집니다.
2층부터 연트럴 파크에 심어진 은행나무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3층, 4층... 층마다 다른 빛깔로 가을을 알립니다.
은행나무가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주문합니다.
읽으려고 가져갔던 책, 그림 그리려고 가져간 아이패드, 스케치북
다 테이블 위에 놓고 말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예상밖 가을에 흠뻑 빠져봅니다.
카푸치노 한 모금에 정신을 차리고 패드와 휴대용 키보드를 꺼냈습니다. 최근에 선물 받은 접이식 키보드가 이럴 때 너무나 유용합니다. 처음엔 자판에 익숙하지 않아 조금 버벅 대다기 이내 글쓰기에 몰입합니다.
글을 쓰다 이번엔 스케치북을 꺼내
가을 안에 이 순간을 남겨봅니다.
휘리릭 순식간에 그린 그림으로
선물 같은 시간과
예상밖 자연의 선물에 감동안 이 순간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