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수능 공인중개사

직장인 새일 찾기 도전 에피소드 1

회사에서 받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마음과 몸을 지치게 했다. 회사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상사와의 갈등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사원이었다. 업무 지시가 이해되지 않거나 해내기 벅차도 목숨 걸고 해내는 편이었다. 하지만 직장생활 20년이 넘어가며 머리가 굵어졌는지 설득력 없는 업무는 실행력이 떨어졌다. 또한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가 존경심이나 리더십이 없으면 업무에 추진력을 내지 못했다. 

이런 마인드로는 업무에 고품질을 낼 수 없었고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만큼 그도 나를 싫어했다. 그로 인한 갈등은 지속되었고 상사가 바뀌어도 내 업무 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불협화음을 냈다. 그러니 내 직장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고 자존감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바뀌려면 내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점포의 장이 돼야 했다. 또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으로 가져오는 것도 문제였다. 아무리 내색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로 인해 어두워진 마음은 가족들이 귀신같이 알았다. 어느 날 장모님께서 요즘 왜 이렇게 힘없어 보이냐며 걱정을 하셨다.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힘들다고 하소연하지 않고 조용히 있어도 어두운 에너지가 전달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기에 감정을 무 자르듯 상황마다 자유롭게 바꿀 수 없다.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나만의 대책이 절실히 필요했다. 

와이프는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보는 게 어떠냐며 제안을 했다. 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을 차리면 적어도 지금만큼은 벌면서 시간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와이프가 건설회사를 다니는 중이어서 아파트 분양시장 상황과 조언을 받을 수도 있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끝물이었지만 지금 힘든 상황을 벗어나 다른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솔깃했다. 시험일을 확인하니 공부할 수 있는 6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예전에도 회사 다니며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했던 경험이 있어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공인중개사라는 시험과목을 찾아보고 시험공부 계획을 세웠다. 쉬는 날은 독서실을 끊어 공부하고 평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씩 공부를 했다. 그 속에서 회사 스트레스는 여전했지만 그럴수록 나를 더욱 독려했다. 빨리 회사를 벗어나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게 1, 2차 시험 동차를 준비했다. 하지만 시험공부의 양과 난이도를 생각지 않은 무리한 계획이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평균 점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수로 불합격했다. 이는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가 아닌 직장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강행군 한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어른들의 수능이라는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며 실패 경험을 얻게 되었다. 이후에도 재도전하기 위해 수험서를 사고 시험 접수를 했지만 내가 진정 원하지 않는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중단했다.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급하게 세운 계획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아직도 내 책꽂이에는 깨끗하고 두꺼운 수험서가 꽂혀있다. 이 수험서를 보면 치열하게 노력했던 시간들이 스쳐간다. 하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목표가 아닌 것은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동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도전은 삶을 다채롭게 하기에 권장한다. 하지만 당장 고난을 피해 피난처로서의 도전은 하지 말자. 충분한 고민을 통해 내가 해볼 만한 도전인지 결정하고 진행하자. 그래야 도전하고 성취했을 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자산으로 남길 수 있다. 남이 좋다고 해서 요즘 트렌드라고 해서 쉽게 결정하고 노력하지 말자. 인생은 짧고 투여할 수 있는 자원도 한정적이기에 전략적인 도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