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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Nov 04. 2023

사회가 그어 놓은 선 넘기

이제는 나에게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사회가 프로그램하고 제시한 삶을 살아왔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여 안정되게 사는 것이 훌륭한 삶이라 배웠다. 부모님이 사회가 제시하는 삶을 살기 위해 성실하고 착하게 노력했다. 이 삶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가 정해놓은 삶은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삶이었으나 지금은 정답이 아니다. 


마흔 나이에 나는 회사에서 한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회사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이 한계를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든 사람이 임원이 될 수 없으며 개인 사업처럼 많은 돈을 벌 수 없다. 이미 높은 직책의 자리는 한정적이고 회사는 이익단체로 직원에게 돈을 무한정 퍼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렇게 짜인 프로그램 속에서 모두가 윈윈 할 수 없다. 회사 시스템에 속해 있다는 것은 매월 보이지 않는 손이 주는 안정된 먹이와 사회에서 내 위치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직책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것에 만족한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의해 내 일정 시간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회사가 정한 불리한 사규도 준수해야 한다.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들과도 함께 해야 하고 그 사람이 상사라면 재앙이 된다. 이런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혜택이 더 크다고 생각하며 원해도 다닐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회사에서 오래 다닐수록 수직 사다리를 통과한 사람을 제외하고 계속 함께하기 싫어한다. 이유는 정신적, 육체적 감소로 생산력이 저하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도 약해지고 체력도 떨어진다. 정신적인 순발력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느려진 느낌이다. 어떤 사람은 지속적인 자기 관리로 쌩쌩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소수이다. 오랜 시간 일하며 그 일에 전문성과 노하우가 쌓여 회사의 자산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회사는 시스템 최적화로 인적자원 투입을 최소화하고 핵심인력만 가져가고 싶어 한다. 그래야 가벼운 몸집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지속 생존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활용하여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다른 회사가 될 수 있고 내가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미 정해져 있는 시스템 속에서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가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은 게임 속에서 아이템을 아무리 획득해도 비행기는 나오지 않는다. 비행기를 얻으려면 비행기가 프로그램되어 있는 시스템 속에 들어가야 한다. 회사라는 큰 조직의 부품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는 시스템에서 전체를 제어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40대가 된 나는 더 이상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의 부품이 아닌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나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 일에 압도되어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에 안주하려 한다. 하지만 그 세계의 크기가 크지 않아도 된다. 작아도 매혹적이고 이상적인 세계라면 충분히 하나씩 쌓아갈 수 있다. 그 방법을 찾아 나에게 적용해 시간을 투입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그 세계를 만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방법을 찾아 나에게 맞게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시스템 안에서 나올 용기가 있어야 한다. 너무 오랜 시간 있어서 익숙하고 내 몸처럼 편안한 그 시스템의 선을 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잡고 있는 줄을 놓아야 다른 줄을 잡을 수 있다. 이제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선 안에서 자신의 한계를 부딪히며 살 수는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때가 되었다. 그 시작은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의 선을 용기 있게 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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