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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Nov 23. 2023

마흔,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

사람들은 마흔이 되기 전 정신없이 살다 문득 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생 중반을 살아오면서 한 번은 쉼표를 찍고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는 신체적 기능 저하와 심리적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침침한 눈과 몸 관절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쉽게 했었던 동작들이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이러한 변화로 잊고 살았던 나이를 떠올리며 시간의 빠름을 다시 한번 느끼는 때가 마흔이다.


마흔이 되면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 자기 앞가림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자녀를 보살피고 회사일 하느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어느새 엄마 키만큼 커버린 애들을 보며 '언제 이렇게 컸지'라며 시간의 빠름을 느낀다. 또한 애들이 자란 키만큼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며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다. 자신의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성숙을 거치며 또 한 번의 사춘기를 마흔에 맞이다.


나는 회사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미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서른 중반부터 이런 생각이 조금씩 들며 마흔 중반이 된 지금은 외면할 수 없는 숙제가 되었다. 삶이 내준 숙제를 하기 싫어 계속 미룬다면 언젠가 숙제를 제출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더 나이 들어 힘 빠지기 전에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미래의 나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됐다. 일하면서 예전 같지 않게 피곤함을 느낄 때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 된다는 마음이 채찍이 되어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나는 건강검진에서 당뇨 진단을 받아 매일 약을 먹고 식단관리를 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당뇨가 있으셨다. 당뇨는 유전적 요인이 커서 평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운동 아닌 불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으로 결국 당뇨가 찾아왔다. 가끔 저혈당 증세가 오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젊어서 괜찮지만 지금부터 관리 안되면 나이 들어 합병증이 더 문제라는 약사 아저씨 말이 내 귀에 꽂혔다. 첫 당뇨인이 된 나에게 주는 약과 함께 보너스로 주는 무서운 충고였다. 그래서 더욱 건강관리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조급해졌다.


마흔이 되면 직장인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경력을 쌓아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계획한다. 나이 때문에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20년 넘게 일했던 유통의 커리어를 개발하지 않고 목표실현이라는 주제로 글 쓰고 강연하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은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는 주제가 아니었다. 작가의 삶은 회사를 입사하기 전부터 꿈꿨었다.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벗어나 내가 기획하고 내 능력으로 먹고사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주는 대가로 받을 수 있었던 안정적인 월급을 받던 생활을 끝내려 한다. 이렇듯 마흔은 내가 살아보고 싶은 인생을 다시 짜보는 시기이다.


내가 아는 지인은 일찍 결혼을 했다. 애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몇 년만 더 뒷바라지하면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세계 여행을 하리라 지금 준비하고 있다. 세계 여행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토요일마다 영어를 배우러 모임에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애들을 위해 헌신했던 생활을 끝내고 남은 인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앞으로 먹고살 일은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시야가 넓어지면 한국으로 돌아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다. 비록 더 안정적이고 큰 수입을 얻지 못하더라도 부부가 먹고 살 수입은 충분히 벌 수 있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세계 여행이라는 경험은 누구도 얻지 못한 통찰과 자신의 성장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마흔은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자신의 미래를 기획하는 나이다. 과거에 잠시 묻어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 인생의 변곡점을 계획하는 때이다. 남은 인생을 한 번은 살아보고 싶었던 꿈들로 하나씩 채워가는 시작점이다. 지금부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남은 인생의 목표를 세워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회가 만들어준 시스템에서 사회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 삶을 살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하나씩 준비해 보자.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수고의 대가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게 마흔의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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