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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Dec 13. 2023

다가올 미래를 외면하면 비참함이 찾아온다

현명한 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의 태도

연말은 회사에서 희비가 교차되는 시기다. 한 해 동안 거둔 실적으로 누군가는 승진하고 누군가는 회사를 떠난다. 희망퇴직이 연말행사가 되어버린 지금 누군가는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타의에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다. 더구나 회사에 모든 것을 걸고 일했지만 회사로부터 버려지면 그 참담함은 말로 다 할수 없다.


함께 일하던 상사가 희망퇴직을 했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회사에서 퇴직을 강요당한 비자발적 희망퇴직이다. 상사는 회사에 올인했던 사람이다. 나름 타 부서보다 실적을 내며 이번 승진에 기대도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희망퇴직을 제안했다. 말이 제안이지 통보였을 것이다. 퇴직을 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현재 직책을 벗고 일반사원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동안 업무를 지시하고 코칭하던 하급자들 밑에서 다시 근무를 해야 한다. 이것만큼 남자의 자존심을 뭉개버리는 비참함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실적도 괜찮은데 왜 갑자기 퇴직을 하게 됐을까? 추측하건대 실적 이외의 다면평가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매출이 인격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매출 실적에 의해 좋은 분위기가 날 수 있고 험악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매출 실적이 좋으면 부족한 점이 있어도 묻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회사 CEO가 여러 번 바뀌며 기업문화도 바뀌었다. 매출 실적은 리더라면 반드시 해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면서 리더로서 마인드, 인성, 전문성, 윤리성 등 다양한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실적이 괜찮더라도 다른 역량이 부족하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상사의 문제는 회사에 올인했다는 것이다. 상사는 회사 외에 다른 것을 준비하는 모습은 평소에 보이지 않았다. 실적이 괜찮으니 회사 생활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다른 것을 준비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맞이한 퇴직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회사에 수고했던 고생에 대한 배반감, 함께 했던 직원들에게 보일 수치심, 앞으로 어떤 걸 하면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들었을 것이다. 이미 발생해 버린 퇴직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어 봤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빨리 정신 차리고 마음을 정리해 차가운 현실을 이성으로 직시하는 것이 현명하다.


예견되 미래를 외면하는 것에서 고통은 시작된 것 같다. 지금 상황이 좋으니 계속 회사에 남게 될 거라는 판단이 있더라도 준비는 필요했다. 나이가 50대를 넘어서면 회사에 다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낀다. 비록 지금 회사를 다니는 상황이 괜찮더라도 시작해야 한다. 언젠가 회사를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 준비를 차근차근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 닥칠 이 현실을 외면한다. 지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회사도 동일하게 생각한다면 문제없지만 내 생각과 괴리가 발생되면 위의 상사처럼 갑작스러운 퇴직을 통보받게 된다.


상사의 평소 퇴직준비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평소 감지되는 부분은 없었다. 자신의 생각은 나도 모르게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퇴직을 준비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연상되는 행동을 했다면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희망퇴직은 무방비 상태에서 그대로 얻어맞게 된 것 같다. 그만큼 정신적인 충격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회사가 언제든지 나를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이번 퇴직이 덜 충격적이었을지 모른다. 내게도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담담하게 대처했을지 모른다. 퇴직 통보 이후 그분을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가 받은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지 않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야 자의든 타의든 퇴직의 시점이 다가오면 선택할 수 있다. 회사 외에 다른 준비가 완성되었다면 그것을 선택하면 되고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남아서 더 준비하면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회사 생활하다 퇴직 통보를 받으면 충격이 크다. 회사에 있는 동안은 끊임없는 성장과 성과로 최선을 다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 이후의 삶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누구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젊다. 회사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나이다. 적어도 몇 년은 더 다닐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도 내가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인력으로 판단할 때 퇴직을 통보할 것이다. 그 퇴직을 준비하여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을 준비할 것이다. 또는 내 준비가 완성되면 스스로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먼저 회사와 결별할지 모른다. 서로가 아직 필요한 시점에 웃으면서 결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헤어짐인 것 같다. 언젠가 나도 회사를 나와야 한다. 이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외면하는 순간 퇴직이라는 비참함이 내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비참함이 아닌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내 인생의 계획들이 기다리고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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