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 뒤늦게 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뉴욕 School of Visual Arts라는 학교의 Computer arts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왔고 졸업작품으로 ‘선을 넘어(Beyond the Line)’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후 영화제에서 상영 및 인터뷰, 수상도 하며 꿈이었던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는 길에 작게나마 한 발짝 내디뎠다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영화제를 출품할 때 배급사를 통하지 않고 발품 팔아 직접 영화제 리스트를 만들어 Film Freeway, Fest home, Short film depot 등의 사이트를 통해 직접 출품했다. 리스트를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어디에 지원했는지도 까먹게 되고 지원하고 싶은데 기간을 놓쳐 출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한 월드 프리미어, 코리아 프리미어 등을 페스티벌 기간을 보며 관리하기 편했다. 다만 자잘하게 신경써야 할 것들 많아 다음 작품부턴 배급사에 맡길 예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 시기에 졸업하게 되어 참으로 암담하기도 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스튜디오 중 한 곳이고 뉴욕에서 가장 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블루스카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이 시기에 문을 닫기도 했다.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이미 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디즈니, 픽사)를 가지고 있는 디즈니가 폭스 산하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를 운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문 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이 되었다.
가고 싶은 분야는 프리비즈/레이아웃 분야였지만 부끄럽게도 내가 가진 포트폴리오는 선을 넘어 작품이 전부였다. 그래서 잠시 회사 지원을 멈추고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프리비즈/레이아웃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2021년 프리비즈(Previs) / 레이아웃(Layout) 릴
이후 여러 애니메이션 회사와 스튜디오에 지원하자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잡들이 서부 쪽에 있기에 뉴욕에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게 가능했던 곳이 LA에 있는 Proof라는 프리비즈 회사였다. 그곳에서 짧지만 한 달 반 정도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를 만들었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Moon Fall’이라는 작업에 참여했었다. 첫날부터 작업에 들어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Moon Fall' 한국 포스터
다음 작업도 같이하자는 제안이 왔지만 원격이 아닌 LA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2~3년 정도 내로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기에 그 기간 동안 미국 스튜디오에 들어가 일을 하며 경험 쌓거나 계속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많은 고민 끝에 뉴욕에 남아 두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