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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Dec 17. 2018

맥스웰 리더십으로 설명하는 구글의 성공 방정식

이래저래 필요해서 썼는데 아까워서 올리는 글

주말에 이래저래 필요해서 썼는데 아까워서 올리는 글.


1. 구글의 문화와 ‘영향력'


  구글은 설립한 지 30년도 되지 않아 시가총액 800조 원을 넘긴 IT 기업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IT 기업이 대학원생 두 명이 작성한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두 명의 대학원생은 기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성공을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글의 눈부신 성공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 꽤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에 이 성공 방정식을 사후적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던 중, 2014년에 구글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가 ‘How Google Works’라는 책을 써서 구글의 성공 방정식을 직접 설명하였다.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구글의 문화는 우리가 흔히 아는 ‘위계' 혹은 ‘권위'로 이루어진 조직이 흔히 가지는 문화와 정반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보스’가 아닌 ‘리더', ‘수직’적인 의사결정과 ‘수평’적인 소통의 공존,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워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구글의 성공이 너무나도 거대하고 지속 가능해 보였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구글의 방식을 모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수영장 딸린 회사', ‘돌아가면서 외제차 빌려주는 회사', ‘자율 출퇴근 회사’ 등으로 몇몇 중소기업들이 회자되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표면적인 모습을 따라한 많은 회사들은 결국 짧은 시간 안에 문을 닫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구글의 성공 방정식 그 중심에 있는 ‘영향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겉모습만을 흉내 냈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은 조직에 대한 생각, 사람에 대한 생각, 제품에 대한 생각의 중심에 ‘영향력(Influence)’을 두고 있는 기업이다. 구글은 조직의 중심에 ‘영향력' 있는 사람을 배치하는 조직 구성을 한다. 구글은 제품을 만들 때 ‘수억 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구글은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대량의 우군을 만드는 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왔다. 구글이 제공하는 브라우저인 크롬이나, 구글이 제공하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는 말은 해당 소프트웨어 제품이 구동되는 방식을 낱낱이 공개한다는 말이다. 이는 양날의 검일 수 있는데, 구글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서 오는 이점이 기술이 공개되는 것으로 인한 단점을 넘어설 것으로 판단하고 기술을 공개하였다. ‘팔로워'가 생산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어떻게 하면 구글의 문화를 우리 조직에 도입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맥스웰의 리더십 이론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리더십은 영향력이다'라고 리더십을 정의하는 맥스웰의 이론을 통해 구글의 성공 방정식 중에서도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맥스웰의 5단계 리더십과 구글의 성공 방정식


  다른 리더십 이론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맥스웰의 리더십 이론이 더욱 강조하는 것은 바로 ‘영향력'이다. 쉽게 얘기하면 리더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할 수 있는지가 리더십이라고 설명하는 이론이다. 맥스웰은 이렇게 ‘Follower’를 만들어내는 ‘영향력'에도 5가지 단계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 5단계는 다음과 같다.


  먼저 리더의 ‘타이틀'로부터 나오는 권위에 기반한 리더십인 ‘Position’이다. 그다음은 ‘관계'를 통해 존중을 이끌어내고, 이 존중에 기반하여 발휘하는 리더십인 ‘ Permission’이다. 그다음은 실제 성과로부터 나오는 리더십인 ‘Production’이다. 그다음은 리더의 능력이 출중할 뿐 아니라, 리더 주변의 사람의 능력을 출중하게 만드는 것에 기반한 리더십인 ‘People Development’다. 마지막 단계인 ‘Personhood’ 리더십은 존경까지 이끌어내고, 조직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희생적이 어지기까지 하는 단계이다.


  ‘How Google Works’를 보면, 구글의 리더십이 맥스웰의 5단계 리더십 이론을 통해 상당 부분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단계별로 구글은 리더십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갔고 이를 통해 성공 방정식을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밑바닥부터 파악할 수 있다면 구글 리더십의 겉모습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리더십의 핵심을 조직에 도입할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맥스웰의 5단계 리더십 이론의 첫 번째 단계인 ‘Position’부터 마지막 단계인 ‘Personhood’까지, 구글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채워 넣어보겠다.


  1단계 리더십은 Position이다. 일단 구글은 공식적으로는 ‘타이틀'과 ‘권위’에 기반한 리더십은 지양하는 운영을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구글의 리더십은 1단계 리더십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구글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가 이미 Position(따라야 하기 때문에 따른다)이며, 구글은 이 단계를 이미 깔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일 것이다. 사실 구글은 오히려 권위를 파괴하는 조직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어쩌면 이 역시 과한 Position 리더십을 상쉐하기 위함일 것이다.). 최대한 조직을 수평적으로(Flat 하게) 운영하고, 능력에 기반한 자신감으로 조직이 유지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구글의 운영 원칙인 ‘가능하면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준다’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의 직원들은 사내에서 구글은 과연 개인을 존중하는 회사인가 아닌가 토론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었는데, 그때의 결론을 통해서도 구글이 ‘Position’에 기반한 리더십을 전면 타파하는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의 결론은 바로 ‘구글은 당신이 누군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를 중시하는 회사이다’였다.


  이와 같은 운영은 자칫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무조건적인 자유나 무분별한 다양성은 해이나 혼돈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은 이를 2단계와 3단계 리더십을 통해서 보완하고 있다. 다음 리더십 레벨로 넘어가 보자.


  2단계 리더십은 Permission이다. 이 리더십 레벨은 상대방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단계이다. 구글은 Permission 레벨의 리더십을 조직 구성원에게도 발휘하고, 고객에게도 발휘하고 있다.

 
  우선 구글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객'의 경험을 중시하는 회사이다. 구글이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문서들을 살펴보면 ‘고객이 최고 결정권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이 초창기부터 가지고 있던 검색 플랫폼 개발 전략 문서를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언제나 빠른 것이 느린 것보다 낫다.’, ‘원하는 검색 결과가 없으면 야후나 알타비스타 링크를 하단에 추가한다.’ 등 온전히 고객을 바라보는 의사결정 원칙들로 가득 차있다. 30년 동안 검색엔진을 개선해오고 있는 이 회사는 지금도 전 직원의 최우선 목표가 고객에게 ‘완벽한 검색'을 제공하는 것일 정도로 고객 경험에 집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헨리 포드가 모델 T의 성공 뒤에 자만하여 고객을 바라보지 않는 의사결정 원칙들을 고수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 때문에, 간혹 구글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생성된 Permission 리더십의 발현에 의해 고객은 이탈하지 못하는 것이다.


  구글은 또 이러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그들을 ‘방해’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능력 있는 인재들을 모아놓고, 그들을 믿고 자율권을 주기 때문에 인재들을 대상으로 구글은 추후 ‘Permission’ 레벨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Permission 레벨 리더십과 3단계 리더십의 일부가 1단계 리더십에서 설명한 자칫 잘못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견제하고 있다.


  3단계 리더십은 능력에 기반한 Production이다. 구글은 Production 레벨의 리더십과 Permission 레벨의 리더십을 절묘하게 연동하여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Position에 기반한 리더십을 지양하고 Production에 기반한 리더십을 지향함으로써 구글은 고객과 Permission 리더십 관계를 형성하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고위층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제품 담당자여야 한다.’라는 원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Production 리더십은 결국 좋은 제품으로부터 나오고, 좋은 제품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Permission 리더십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사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모두가 자신이 작성한 프로그램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품에 집중한다면 인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Permission 리더십까지도 강화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구글은 3단계 리더십을 사내에 적용시키는 데 있어 철저하게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선택과 집중 원칙을 세웠다. 이 전략은 다른 기업들이 ‘현재’에 집중하여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를 ‘미래’에 더욱 많이 생산해내는 기업으로서 구글이 포지셔닝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구글의 ‘미래 가치'를 극도로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미래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구글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4단계 리더십으로 이어져서 인재들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도록 유도한다.


  4단계 리더십은 People Development이다. 구글은 직원들이 일하는데 필요한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치스러운 문화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다루는 IT 회사로서, 정보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는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이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구글의 문화를 더욱 정확히 설명하는 문장이다. 이렇게 구글은 직원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4단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구글에는 ‘좋은 의미의 과로'라는 말도 있다. 이는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은 지적이고 창의적인 인재에게는 모욕일 수 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인데, 어찌 보면 많은 사람에게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는 개념이지만 구글 내부에서는 인재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욱더 빠르게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개념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 역시 4단계 리더십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인재 스카우트를 ‘면도'와 같다고 표현한다. 이는 매일 하지 않으면 표가 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력은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고, 이들은 서로의 성장을 유도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글은 타협하지 않는 인재 채용을 통해서 4단계 리더십을 다시 한번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단계 리더십 레벨에서 다루고 싶은 구글의 운영 전략이 하나 더 있다. 이는 바로 ‘혁명'에 대한 집착이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점진주의는 낙오하기 마련이다. 기술의 변화는 발전이 아니라 혁명의 경향을 보인다. 현재의 커다란 도박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별로 무모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이처럼 미래와 성장에 집요할 정도로 집착하는 창업자의 태도는 직원들에게도 전염되어 강력한 4단계 리더십으로 작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5단계 리더십은 Personhood이다. 이는 존경과 희생까지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말한다. 아직 구글도, 구글의 창업자들도 젊기 때문에 5단계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5단계 리더십을 전 지구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징표들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 예시 중 하나로 ‘아프리카에 보급하는 인터넷' 프로젝트 Loon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Loon은 애드벌룬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Loon을 통해 기존에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던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이 검색을 통해 더욱 나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구글이 전 지구적으로 5단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결론


  지금까지 맥스웰의 5단계 리더십 이론과 구글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의 ‘How Google Works’를 통해 구글의 성공 방정식을 해석해보았다. 구글이 성공한 뒤의 겉모습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속사정은 무엇인지, 그들이 ‘Care’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각 리더는 자기의 조직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구글은 ‘미래'에 투자했고, 그중에서 시의적절하게 고객과 임직원들에게 ‘영향력'을 높일 수 있던 결정들은 구글의 엄청난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구글과 같이 미래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자 하는 리더들은 ‘영향력'에 대해 더욱 고찰해보는 것을 통해 찾고자 하는 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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